“아버지께서 생전에 오빠에게만 많은 지분의 재산을 증여하셨습니다. 여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망 보험금까지 오빠가 수령인이 되어 받아갔는데요. 문제는 여러 방법으로 재산이 오빠에게 돌아가다 보니 어디까지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인지 혼란이 생깁니다”
유류분권자들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재산 범위를 두고 혼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 특정 상속인에게 돌아간 재산이 아버지의 고유 재산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재산증여 과정에서 특정 상속인에게 많은 지분이나 모든 지분이 넘어갈 경우 나머지 상속인은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가 생긴다. 다만 특정 상속인에게 돌아간 재산이 여러 방법을 거쳤다면 어디까지를 유류분 청구 범위로 볼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유류분 기초재산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대표적인 3가지 사례를 통해 원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의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부친의 증여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의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의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1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분 기초재산을 판단할 때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본래 재산이었는지 아닌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즉 ‘아버지의 노력으로 이룬 고유 재산을 특정 상속인에게 증여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증여재산이 로또 당첨금이라면 아버지의 노력으로 인해 얻어진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복권은 급작스럽게 생긴 재산이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합법적인 문화 산업인만큼 당첨자의 고유 재산이 된다.
가령 아버지가 직접 돈을 투자해 복권을 구매했고 당첨금을 수령까지 했다면 법률상 아버지의 고유 재산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당첨금을 특정 상속인에게만 증여했다면 유류분을 청구할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로또 당첨금과 같이 급작스럽게 생긴 재산이지만 피상속인의 고유 재산이 아닌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망 보험금이다.
사망 보험금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보험금을 매월 납부했다는 의미에서 복권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망 보험금은 사망으로 인한 보상 차원이 목적이고 수령금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권 당첨금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보험금을 납부한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을 수령인으로 지정했다면 수령인의 고유 재산이 된다.
추후 수령인으로 지정한 특정 상속인에게 보험금이 넘어가더라도 나머지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다. 심지어 가족이 아닌 제3자가 수령인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상속인이 보험금 수령인을 지정하지 않았거나 본인으로 지정한 후 사망했다면 보험금 수령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속 절차에 의해 공평하게 재산이 분배된다.
한편 아버지의 고유 재산을 특정 자녀가 빌린 상황에서 이를 갚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유류분을 청구할 재산증여로 볼 수 있을까?
아버지가 자녀에게 증여가 아닌 단순히 돈을 빌려준 상황이라면 아버지와 돈을 빌린 상속인은 채권 관계가 된다. 문제는 채권 관계는 당사자 중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 관계는 상속 승계가 된다는 특징 때문이다.
가령 채권 관계에서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사망한다면 돈을 빌린 채무자는 채권자의 상속인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법률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돈을 빌린 상속인이 채무를 해결하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이 돈은 유류분 기초재산이 아닌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갚아야 할 채무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