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보험료를 임원 테니스에” 동양생명 노조, 대표 퇴진 압박

“고객 보험료를 임원 테니스에” 동양생명 노조, 대표 퇴진 압박

기사승인 2023-11-13 13:47:45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보험지부가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테니스장 사용권, 사택지원비 등 부당한 사업비 집행으로 배임 혐의를 받는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이사에 노조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전국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보험지부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양생명이 ‘비리 온상’이 됐다. 이는 저우궈단 대표가 그동안 보여온 무능과 불통의 경영방식이 만든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동양생명이 서울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고가에 매입한 것에 대해 경영진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내부심사 등을 거쳐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동양생명 현장검사(잠정) 결과를 발표해 동양생명이 테니스장 운영을 위해 비용 대부분을 보전해 주는 등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고 경영진이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 사용권을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필드홀딩스로부터 26억7000만원에 취득했다. 이는 직전 운영가 낙찰액 3억7000만원에 비해 7배 비싼 금액이다. 동양생명은 시설보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합리적 검토 없이 전액 부담했으며, 일부 임원들은 별도의 절차나 비용 없이 테니스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등 사후 관리도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원이 회사 내규를 위반해 경비를 사용했음에도 적절한 내부통제 없이 지급하고, 임원 업무추진비 등을 객관적 근거 없이 인상하는 등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M&A 시장에 나온 많은 보험사가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동양생명은 알짜배기 회사로 매력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CEO 리스크가 불거졌다”며 “저우궈단 대표는 지난해 2월에 취임한 이후부터 직원들을 업신여기고 중국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계속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업무 시간에 테니스를 치는 게 본인 업무라고 얘기하는 그런 뻔뻔함을 보였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중국 공기업) 다자보험그룹은 이번 CEO 리스크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갑 전국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장은 “금감원에서 지적받은 배임 행위에 대해 저우궈단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고 수습하기는 커녕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영한 사실을 금감원이 확인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고객의 소중한 보험료가 몇몇 임원이 테니스 치는 데 함부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저우궈단 대표는 더 이상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말고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표에 대한 구성원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 4월 노조가 조합원들에 대표이사 자진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률 89.9%, 찬성률 91.6%라는 결과가 나왔다. 최선미 동양생명 지부장은 “이 수치는 더 이상 저우궈단 대표와 함께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절규”라며 “이런 와중에 CEO가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개인 핸드폰을 포렌식 사설 업체에 맡겨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제보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을 향해 “동양생명 안정을 위해 조속히 최종결과를 발표해 고객과 직원 불안을 진정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해당 사안이 검찰에 이첩될 때까지 퇴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처리기간 90일 내 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 측은 금감원의 조사 대상인 테니스장 계약은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최종 결정 전까지 당사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임직원 핸드폰을 포렌식 업체에 맡겼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 정보 보호 차원에서 업체에 맡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맞지만 실행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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