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관(BTC관)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 입장을 위한 줄이 오전 일찍부터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신규 IP(지식재산권) 기반 게임 현수막이 제1전시장 외창에 가득 걸렸고, 사람들은 건물 앞에서 저마다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관람객의 허기를 채워줄 맛있는 음식을 담은 다수의 푸드트럭이 주차장에 설치됐고, 야외 부스들도 손님을 맞이할 막바지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코스튬 플레이어(코스어)들이 분장을 마치고 걸어나와 광장에서 포토그래퍼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뛰지 마세요”
오픈 시간인 10시가 되자 관람객들은 미리서 골라놓은 ‘원픽’ 부스로 뛰어들어갔다. 부스 곳곳에 사람들이 차오르는 모습은 마치 구름이나 강물을 방불케 했다.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넷마블 등 메이저 게임사 부스가 가장 빨랐다.
관람객들이 모여서 게임을 시연하는 광경은 PC방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일부 신작은 타임어택 랭킹전을 통해 빠르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사람들에게 고성능 PC를 증정하는 등 ‘통 큰’ 보상을 준비했다. 때문에 스테이지를 빠르게 클리어하기 위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신들린 듯 클릭하는 소리가 부스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어느 하나 한산한 부스 없이 사람으로 꽉꽉 채워진 모습에서 지스타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비단 게임 부스가 아니더라도 삼성 오디세이 게이밍 모니터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벤 부스에서는 Ark 2세대와 OLED G9, NEO G9을 통해 ‘오버워치 2’, ‘엔드리스 던전’, ‘이터널 리턴’을 플레이 해볼 수 있었는데, 한 관람객은 “마치 현실같은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신작 시연이 진행되지 않은 ‘파이널판타지14’ 부스에도 전통적인 팬들이 방문해 미니 게임을 진행한 후 굿즈를 받아갔다. 대형 포토존도 준비돼있어 팬들의 필수 인증 코스가 됐다.
각 부스는 시연이나 스탬프 이벤트 뿐 아니라 다채로운 무대 행사까지 풍성하게 준비해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넷마블 ‘RF 온라인 넥스트’ 부스는 이벤트 모드를 바탕으로 인플루언서 대전을 수차례 진행,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했다.
위메이드·위믹스 부스는 큰 무대를 중심으로 야구 퀴즈 대전, 오늘은 나도 야구왕, 묠니르 주인을 찾아서, 판타스틱 4 베이스볼 토너먼트 등의 이벤트를 연이어 개최해 관람객에게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위믹스 모델인 가수 청하의 특별 무대와 롯데 자이언츠의 박세웅·나균안 선수 사인회를 예정에 두고 있어 더욱 뜨거운 무대가 될 것으로 보였다.
레노버 부스에서는 리전 슬림 5i, 로크, 프로 9i등 주요 라인업을 전시했다. 특별하게도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5’ 종목 금메달리스트 김관우 선수와 1대 1 대결을 치를 수 있는 이벤트을 진행해 ‘스트리트 파이터 6’ 이용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크래프톤의 IP를 이용한 한정판 굿즈 브랜드 ‘#100(샵백)’ 팝업스토어도 이색 부스로 꼽혔다.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의 프리미엄 라인 ‘오리지널 스포츠’와 협업한 굿즈 17종이 100개씩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 모바일’ 미디어 아트 전시관도 훌륭한 볼거리였다. 사방을 둘러싼 대형 LED를 통해 게임 원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로스트아크의 주요 캐릭터와 장면이 튀어나오자 압도감마저 느껴졌다.
각 부스는 나름의 포토존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쉽게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따금씩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분장한 채 부스에 등장,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악마들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과 가디언의 이야기를 그린 다크 판타지 장르의 액션역할수행게임(ARPG) 게임 ‘다르바자’도 빨간 LED로 꾸며진 부스와 다양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등장으로 인기를 몰았다.
스마일게이트RPG에서 유일하게 출품한 로스트아크 모바일 부스에서는 시네마틱 던전 ‘영광의 벽’과 모라이 유적을 재구성한 ‘어비스 던전’ 등을 PC와 모바일로 시연해 볼 수 있었다. 직접 해보니, PC에서 즐기던 원작을 모바일로 완벽히 이식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원작과 동일하게 8개의 스킬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유려하게 제작돼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스킬 이펙트도 원작만큼 좋고 모션이 부드러워 보는 재미도 있었다. 모바일 환경임에 따라 자동이동·사냥 및 스마트 회피가 지원됐다. 자동 기능에 물린 이용자들을 위해 스킬 방향을 수동으로 설정할 수도 있는 옵션도 제공됐다.
PC 환경에서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믹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러 현장 관람객들과 함께 파티 협력 플레이를 진행했는데, 보스가 정형화된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연장에서는 모바일과 PC 뿐 아니라 VR 시연도 진행됐다. 아크라시아 세계를 ‘메타 퀘스트 프로’로 시연해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버튼을 딸깍 클릭하기만 하면 진행이 가능했기에 재미가 떨어졌다. 다만 VR 환경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연출을 선보여 관람객의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국판 ‘심즈’라 불리는 크래프톤의 ‘인조이’는 이용자가 게임 속 모든 변수를 마음껏 변화시키고 다양한 형태의 삶과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인생 시뮬레이션이었다. 마치 가상세계 속 사람의 삶을 결정짓는 신이 된 것만 같았다.
이용자는 캐릭터의 기질을 만들기 위해 개방성·성실성·외향성·친화성·정서안정성에서 갖가지 특성을 골라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개방성 파트에서 ‘아이디어 뱅크’ 특성을 고를 수 있는 식이다. 이후에는 외모를 편집할 수 있었는데, 청년·성인·노인 중에 고를 수 있었고 프리셋도 적용이 가능했다.
맵은 미국의 LA를 연상시키는 블리스베이와 한국의 서울을 본딴 도원 중 선택이 가능했다. 이 도시들은 다중 우주 속 평행 도시 중 하나로 등장한다.
여타 게임에서 구현된 TV 보기, 게임 하기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일정을 잡고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며, 수면욕과 식욕 등 여러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간도 보내야 했다. 가구를 사서 집을 꾸밀 수도 있었고, 날씨마저 편집이 가능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인조이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게 핵심인 게임이다. 각 아바타별로 스토리도 존재한다. 뒤늦게 부스에 합류한 한 관람객은 “대기 시간이 180분까지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시연을 해보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크래프톤 ‘다크 앤 다커’ 부스에서는 스태프가 전원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중세 시대를 방불케 하는 디자인이어서 게임을 시연하기도 전에 몰입감에 빠지게 됐다. 동굴처럼 생긴 통로로 입장한 뒤 시연존에 오르자, 부스와 똑같이 생긴 동굴이 인게임에 구현돼 있었다.
직접 시연해본 다크 앤 다커는 중세 시대 ‘배틀그라운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다만 100명이 아닌 10명 이내의 사람들이 즐긴다는 게 차이다. 모바일 치고 다소 묵직한 조작감과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사실상 한 방 싸움이라, 먼저 상대를 치기 위해 세밀한 조작을 할 때의 재미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타격감이 덜해 싸움 자체의 역동성은 떨어졌다.
엔씨소프트의 오픈월드형 MMO 슈팅 게임 ‘프로젝트 LLL’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을 배경으로 했다. 대체 역사 SF 설정인 만큼 우리가 알던 역사는 바뀌어있었다.
길고 디테일한 인트로 영상을 뒤로, 범용성이 있는 슈트 ‘카이우스’, 강한 화력과 방어력을 가진 ‘아스클라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슈트는 택티컬 기어를 전략적으로 교체하며 사용이 가능했다. 이후 관람객들은 모두 미사일 설계 도면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에 투입됐는데, 하늘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침투하는 경험이 익숙했다.
기자는 운이 좋았는지 땅에 닿자마자 ‘헬리콥터’와 ‘파워 로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적과의 치열한 교전 탓에 탑승하진 못했지만, 직접 조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부스터와 대시, 슈팅과 조준을 반복하며 퀘스트를 깨다 보니 시연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 부스도 만나볼 수 있었다.
기자를 놀라게 한 것은 프로시저널 콘텐츠 생성 프레임워크(PCG)였다. 이는 언리얼엔진을 통해 절차적으로 배경을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적은 영역만을 제작해둬도 이 기능을 활용하면 훨씬 넓은 영역까지 자동 지형 형성이 가능해진다.
처음 엔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코드 한 줄 없이 작동하는 게임 제작 툴 ‘크롭아웃’도 있었다. 모든 구조가 코드 없이 굴러가는 게 마치 게임 프리셋이나 템플릿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메타휴먼’, ‘포트나이트’를 편집할 수 있게 해주는 ‘언리얼 에디터 포 포트나이트’, 빠르고 손쉽게 3D 시각화가 가능한 ‘트윈모션’도 눈길을 끌었다. 연출가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일치시켜주는 ‘버추얼 카메라’도 놀라웠다.
저마다 여러 개의 큼직한 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습에서 풍족함이, 시연부스에서 저마다 헤드셋을 끼고 신작을 시연하는 모습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는 지스타 2023이었다.
신작 게임을 만나 설레이는 감정을 보이는 사람부터, 진지하고 신중하게 감상에 젖는 사람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게임으로 하나 되어 행복한 모습이 썩 보기 좋았다.
부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