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며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관련 당국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사금융 적발시 처벌 기준 강화를 비롯해 사후 피해 지원 강화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불법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도 사전 예방 및 시스템 구축, 서민금융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를 방문해 “고리 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며 "불법사금융을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고 범죄 이익도 남김없이 박탈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팬카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대리 입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10만원의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 지갑비라는 갖은 명목으로 연 5000% 이상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며 협박, 폭행, 불법을 일삼고 있다”며 “피해가 너무 심해 노예화, 인질화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근절 기간’을 선포하고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신고·제도·단속부터 처벌 강화, 범죄이익 환수, 피해 구제·예방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각 부처별로 보면 검찰은 불법 채권 추심과 관련, 채권추심법을 엄격히 적용해 확인된 위법 행위를 빠짐없이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은 불법적인 채권 추심에 대해선 ‘스토킹 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처벌하고, 범죄수익의 추적 강도를 대폭 높이기로 했다. 국세청은 불법 사금융과 관련해 자체 TF를 꾸려 세무조사부터 체납, 재산 추적을 강화한다. 금융위는 채무자 대리인 지원 사업 예산을 확대한다.
하지만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 이전에도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은 이미 수 차례 진행됐지만 여전히 불법사금융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해 강력한 단속·처벌 및 피해자 지원제도 개선을 지시하며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TF’가 만들어진 뒤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어느정도 성과도 거뒀다. 올해 9월까지 금감원이 운영하는 피해신고센터의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4만7187건으로 전년 동기(4만5454건) 대비 3.8% 늘었다.
여기에 지난 5월2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특별근절기간을 운영하며 불법 대부·유사수신 등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1만62건으로 전년 대비 23.6% 증가했다. 검거 건수는 같은 기간 대비 35% 증가했고, 구속 인원은 3.6배 늘었다. 범죄수익 보전 금액은 2.4배 증가했다. 적발 실적은 늘어났지만 꾸준히 피해규모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불법사금융 증가의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법정최고금리’가 불법사금융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서민들의 이자비용 경감과 대출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정부는 2020년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약차주들은 수십배에 달하는 이자를 내는 제도권 밖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채권시장까지 경색되며 카드사 등 2금융권에 대부업계까지 대출 규모를 줄이자 불법사금융 이용이 늘어나며 피해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 전문가는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법정최고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로 악화된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은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이미 예측됐듯이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저신용자 배제, 사회적 후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봉 교수는 서민금융의 끝부분을 담당하는 대부금융의 활성화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대부업권 비용구조는 공급자 입장에서 법정최고금리를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금리체계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며 “최고금리 인하가 안된다면 대부업권에 연동형 최고금리제 등의 도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