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다중채무자 규모와 연체율이 역대 최대치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 고금리라는 ‘겹악재’를 맞은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말(700조6000억원)보다 6.2% 불어난 수치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177만8000명으로 1년 전(172만4000명)에 비해 3.2% 늘어나 역대 가장 많았다. 연체액과 연체율도 역대 최대·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체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5조2000억원)의 약 2.5배로 뛰었고, 연체율은 1년 새 0.75%에서 2.4배인 1.78%로 급등했다.
연체액은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액 전체로 정의됐다. 연체가 시작된 만큼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다중채무자의 특성상 해당 대출자가 보유한 모든 대출을 잠재적 최대 연체액으로 간주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연체율은 이렇게 추산된 연체액이 전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으로, 2020년 1분기(4억3000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은 많은 부채를 짊어진 만큼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진다. 한은이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4.5%)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0.25%p 높아질 때마다 전체 이자는 1조3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연 73만원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적 이자 감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은행 등은 연말까지 구체적 이자 감면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국회에서 발의된 ‘횡재세’ 규모인 2조원 이상의 상생금융 방안이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경숙 의원은 “빚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1년새 급격히 악화됐다”며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이자부담 경감방안을 도출하고 정부는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