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경제에 대해 반도체경기 개선, 신성장산업 관련 주요국 투자확대 등으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최근 수출 개선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9월부터 수출금액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IT경기 하강, 중국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부진했으나 금년 2분기 이후 수출금액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10월과 11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증가했다.
다만 과거 회복기에 비해서는 증가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물량과 단가로 구분해 보면 수출물량은 자동차‧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단가는 7월 이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의 수출증가 속도는 과거 2000년 이후 여섯 차례의 회복기에 비하면 다소 낮은 편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최근 수출은 자동차·기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가 개선세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AI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감산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물량과 가격이 모두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뿐만 아니라 대만베트남 등 IT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서도 수출 개선세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최종재의 수출증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 IT품목은 자동차·기계가 주요 선진국의 친환경·인프라투자 수요 지속 등으로 양호하지만 석유화학철강 등 여타 품목들의 회복은 미흡한 상황이다.
한은은 글로벌 고금리 영향에도 이 같은 수출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먼저 반도체 수출이 AI 관련 수요 증가로 고대역‧고용량 제품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그간 부진했던 PC‧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개선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의 신성장 산업 관련 투자 확대도 긍정적 요인이다. 미국과 EU는 반도체 등 핵심품목의 공급망 복원력 강화,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I기술 발전(반도체), 친환경 전환(전기차‧배터리) 등을 위한 투자를 자국 내 대규모로 확충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국내 수출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고금리가 지속되고 내구재를 포함한 재화 소비 회복이 더딘 점은 우리나라 수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울러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에도 부동산 경기가 부진할 경우 철강‧기계 등을 중심으로 대중 수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