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모두 올해 3분기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 2020년부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자산규모를 크게 성장시켜왔던 저축은행들이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기가 오면서 역으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저축은행권 부동산PF 연체율은 2분기 말보다 0.95%p 상승한 5.56%로 집계됐다. 이는 전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 2.42%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전체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PF 부실 조짐이 나타나자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 국내 신평사 3곳(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으로부터 신용등급이 소멸된 저축은행은 2곳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신평사 3곳에서 신용등급을 받는 저축은행은 30곳으로 줄었다.
이들 30곳 가운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받은 저축은행은 8곳(키움, OK, 웰컴, 키움예스, 바로, 페퍼, OSB, 더케이)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은 장기신용등급에 부여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6개월부터 2년 내 방향성을 보여준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중기적으로 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개별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와 연체율을 보면 업권 1위 SBI저축은행은 68억원, 6.21%로 금액도 적고 가장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OK저축은행 935억원, 9.07% △한국투자저축은행 576억원, 6.70% △웰컴저축은행 257억원, 4.42% △페퍼저축은행 123억원, 4.93% △애큐온저축은행 39억원, 1.41% △다올저축은행 99억원, 1.94% △상상인저축은행 417억원, 10.78% △모아저축은행 192억원, 6.35% △신한저축은행 86억원 3.26%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유독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가 전체 금융업권에서 가장 크고 연체액과 연체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동기 3.64%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해 5.43%p 상승했다. OK저축은행은 부동산PF 대출 신용공여한도 2조4331억원 중 1조310억원(42.3%)의 대출을 내줬으며 연체액만 935억원에 달한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부동산 업황 악화에 따라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원자재값 상승,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인상 등 최근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와 연체율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PF 대출 자율협약에 적극 참여해 위험 관리를 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투저축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9월 말 기준 한투저축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3조2134억원이다. 전체 대출(6조9902억원)에서 약 50%에 달하는 비중이 부동산 대출로 나간 셈이다. 지난 2020년부터 부동산대출을 늘려온 한투저축은 2022년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연체율이 지난해 9월 1%대에서 1년 사이 4.33%로 2.77% 상승했다. 부동산PF대출은 1.85%에서 6.7%로 5%p 가량 늘어났다. 다만 한투저축의 경우 유상증사를 통한 자금수혈로 BIS자본비율이 권고수치를 넘는 16.3%까지 올라가며 손실흡수 능력이 개선된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건전성 관리에 본격 나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정부가 ‘금융권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캠코에 한정돼있던 개인무담보 부실채권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마련한 만큼 지속적인 공동매각으로 업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