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 분야 레지던트(전공의) 미달 사태 해법을 두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충돌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1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의협은 지난 7일 발표된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지원 결과를 언급하며 의대 정원 증원이 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의 의지에도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대부분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 정원 확보에 실패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기만 하면 낙수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전공의 지원 결과를 보면, 소아청소년과(소청과)는 205명 모집에 53명이 지원해 지원율 25.9%를 기록했다. 이른바 ‘빅5 병원’이라 일컫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만이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소청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양 단장은 “빅5라 불리는 병원조차 정원 확보에 실패했다”며 “필수의료가 붕괴하는 원인인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위험 대비 적은 대가)’과 과도한 처벌부터 해결해야 하고, 수련환경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청과와 함께 필수의료과로 꼽히는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도 낮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작년 183명 모집에 156명이 지원하며 지원율 85.2%를 기록한 응급의학과는 올해 모집 정원이 191명으로 늘었지만, 152명이 지원해 지원율은 79.6%로 오히려 5.6%p 떨어졌다. 산부인과 역시 지난해 185명 모집에 133명이 지원해 지원율 71.9%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81명 모집에 122명이 지원하면서 지원율이 67.4%로 전년 대비 4.5%p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가 여러 노력을 했지만 단번에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과 관련해 정부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 정책관은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병원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고, 전공의의 연속 근무 시간도 개선하는 등 의료인들이 번아웃 되지 않도록 인력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 규모를 두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협의하고, 각계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15일 시행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대책에 대해선 “우려가 크겠지만 시범사업 기간에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는 현장과 소통하며 지속해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측은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 등 근무여건 개선 △전문의 배치기준 개선 등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 △수련·지도전문의 내실화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확대 △전공의 권익 강화 방안 마련 등에 합의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