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소시지 첨가물 ‘아질산나트륨’ 자살위해물건 지정

햄·소시지 첨가물 ‘아질산나트륨’ 자살위해물건 지정

관련 사망자 2017년 0명→2021년 46명…“자살약 등 유통 국한”
“식품첨가물용 아질산나트륨, 안심하고 먹어도 돼”

기사승인 2023-12-18 20:24:01
게티이미지뱅크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의 보존과 발색에 주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이 최근 들어 신종 자살 수단으로 악용되자 정부가 해당 물질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한다.

보건복지부는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아질산나트륨 등 ‘달리 분류되지 않은 해독제와 킬레이트제에 의한 중독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자살위해물건은 자살예방법 상 현재 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쓰이거나 사용될 위험이 상당한 물건으로 자살예방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 지난 2020년 관련 규정을 위해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가 제정됐고 △일산화탄소(번개탄) △제초제, 살충제, 살진균제(농약) 등 독성 효과 물질이 지정됐다. 올 1월에는 약물중독으로 인한 자살 사망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항뇌전증제, 진정제, 수면제 및 항파킨슨제에 의한 중독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을 추가 지정했다.

이번에 자살위해물건으로 새로 이름을 올리는 아질산나트륨은 식품첨가물의 일종으로, 식중독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항산화 효과와 향미 증진 등을 위해 주로 쓰인다. 식품첨가물에 사용된 아질산나트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 국내 아질산나트륨 기준은 해외와 비교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잔류허용기준(70ppm 미만)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은 150ppm, 미국은 200ppm 등이다.

자살 예방을 위한 규제는 아질산나트륨이 자살약이나 안락사약 또는 자살키트 등에 포함돼 유통되는 경우로 국한된다. 아질산나트륨으로 인한 자살 사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0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2018년 3명, 2019년 11명, 2020년 49명, 2021년 46명으로 급증했다.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된 물질을 자살 유발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온라인으로 자살위해물건을 구입하거나 구매의사를 표현하는 등 자살 실행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경찰·소방당국의 위치 파악을 통한 긴급 구조가 이뤄진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자살 수단으로 빈번히 사용되는 자살위해물건을 선제적으로 관리 강화해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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