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야간과 휴일에 초진이더라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유연해진 데 대해 일부 의료계가 보이콧을 시사하자 보건복지부가 “엄정 조치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한 의사단체는 복지부 장·차관을 협박죄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는 이날 오전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국장을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은 “복지부는 의료현장 전문가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단 약속을 져버렸다”며 “미국에서도 폐기 모델인 원격진료를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해 현장 의료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복지부가 지난 1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단체 차원의 비대면진료 불참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제한 행위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판단되면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즉각 유감을 표했다. 대개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약계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의료계를 겁박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개원의 단체인 산부인과의사회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직접적으로 방해하거나 의사 회원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할 계획이 없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대 의사를 표할 수 있고, 회원들에게 불참을 권고한 적도 없는데 사실을 호도해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협박하는 것은 유감이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7일 비대면진료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최근 회원 425명 중 93.2%(396명)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일 야간과 휴일에 초진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게 됐다. 기존엔 18세 미만 소아에 한해 상담만 가능했다. 재진의 경우 질환에 관계없이 6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진료한 실적이 있다면 해당 의료기관에 비대면진료를 요청할 수 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