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임플란트’로 유명세를 떨쳤다가 네트워크 치과 운영이 불법으로 낙인찍혀 고초를 겪은 유디치과그룹이 최근 합법적인 의료기관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명예를 회복했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디치과그룹의 김모 전 회장이 지점 원장에게 65억원의 영업권 양도대금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정반대의 판단이다. 유디치과의 합법적 운영을 인정한 판결을 토대로 패소 결과를 항소심에서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치과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유디치과그룹 김모 전 회장이 지점 원장 A씨와 B씨에게 제기한 ‘영업권 양도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김모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각 지점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한 원장들은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고용돼 일정한 급여를 받고 환자를 진료한 것”이라며 “영업권은 원고에게 귀속되고, 관련 형사사건도 원고가 유디치과 각 지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음을 전제로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14억원을, B씨는 1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디치과 각 지점이 합법적인 의료기관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운영 권한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영업권 양도계약은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디치과는 지난 2000년대 초반 ‘합리적인 진료비’를 앞세워 전국 100여개 이상의 지점을 내며 세를 불렸다. 김모 전 회장이 개인사업체를 통해 각 지점에 자본과 설비를 지원하고, 브랜드와 컨설팅 수수료 등을 받는 프랜차이즈 형태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른 치과의사들의 미움을 샀다. 결국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나서 이른바 ‘반유디치과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2012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개정안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법이다.
유디치과는 중앙 통제식 네트워크 경영 방식에 제동이 걸리며 한순간에 불법이 됐다. 이에 지난 2021년, 긴 법정 공방 끝에 기존의 경영 방식을 포기하고 각 지점의 영업권을 개별 원장들에게 유상 양도하면서 합법적 전환을 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지점 원장들이 제동을 걸면서 다시 소송전에 빠지게 됐다.
지점 원장들은 ‘유디치과는 의료법(반유디치과법)을 위반한 불법 의료기관이므로 운영 권한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영업권 양수 대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반발해 유디치과 전체 지점에 대한 운영권을 갖고 있던 김모 전 회장이 지점 원장들에게 영업권 양수 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김모 전 회장의 동업자로 알려진 C씨도 양수 대금 지급에 반대하는 원장들 중 하나였다. 김모 전 회장은 C씨를 상대로 65억원 규모의 영업권 양도대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15일 패소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영업권 양도 계약이 확정적으로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영업권 양수 계약이 성립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는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라는 범죄행위로 인한 이익에 해당하므로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며 김모 전 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유디치과의 합법적 운영을 인정한 판결이 나오면서 유디치과 측은 앞서 기각된 김모 전 회장의 주장이 재판에서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디치과 법무팀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패소 사건의 재판부는 영업권 양도계약의 영업권 대금 지급 비율 등의 의사합치가 이뤄져 있지 않다고 보고 패소 판단을 내렸던 것”이라며 “영업권 양수도 계약의 효력이 없다는 판단은 ‘가정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승소 판결에선 영업권 양도계약의 무효 여부에 대해 가정적 판단이 아닌 ‘직접적 판단’을 하면서 영업권 양도계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승소한 재판은 김모 전 회장과 지점 원장들 간의 약정에 흠결이 없었지만, 패소한 재판은 영업권 양도대금의 금액과 분할 지급 기간을 계약서가 아닌 구두로만 약정했기 때문에 판결이 갈렸단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영업권 양도계약의 지급 비율 등은 구두계약으로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며 “패소한 1심 판결 결과도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디치과는 법원으로부터 합법적인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은 만큼 불법이라는 오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단 계획이다. 유디치과 홍보팀 관계자는 “20여 년간 전국 곳곳에서 합리적인 최소한의 진료비로 묵묵히 진료 중인 유디치과가 다시 한 번 국민 치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