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낮은 지원금 등 고령자를 설득할 방안이 부족해 반납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는 전년 대비 3.1%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이하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전년 대비 8.8% 증가해 3만4652건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년 대비 6.2%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의 사망자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735명을 기록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이 계속 증가하는데다 부상 정도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비율은 전체 고령 운전자(438만7358명)의 2.6%(611만2942명)수준이다. 대상자 100명중 3명 정도만이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면허 반납률이 저조한 이유로 ‘부족한 보상’을 꼽는다. 한 교통 관련 전문가는 “(고령자 중) 교통사고 등이 두려워 운전면허를 반납할 마음이 있어도, 당장 운전대를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노인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도로교통공단이 65세 이상 시민 6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교통안전 및 사고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소지 중인 고령자 419명 중 31.7%(133명)이 운전면허 반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교통이 취약한 곳에 거주하는 노인도 많고, 택시를 운영하거나 화물차를 모는 등 면허와 생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면허를 반납할 수 없는 처지인 고령자도 많다”며 “이들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정도로 지원금을 올리고,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인지 검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 지자체들은 고령자가 면허를 자진반납할 시 1회에 한해 교통비나 지역화폐 등을 10만원~30만원가량 지급하고 있다. 당장 면허를 반납하는 조건에 비해서 금액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지만, 예산 한계 등으로 지원금을 대폭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로교통공단(공단) 관계자는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의 판단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교통 문제 등으로 반납 여건이 되지 않는 고령 운전자 등은 공단에서 진행하는 운전능력 검사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감각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한다”며 “인지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면허 반납을 꼭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공단에서도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 어르신 교통안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