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된 경복궁 담장이 복구를 마쳤다. 복원 과정에 쓰인 비용만 1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4일 문화재청은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이 복원된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달 16일 담장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지 19일 만이다. 현재 전체 복구 과정의 80% 정도 마친 상태로, 동절기에 무리하게 작업할 경우 담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당분간 표면 상태를 살펴본 뒤 4월 이후에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훼손된 담장을 복구하는데에는 최소 1억원 이상이 들었다. 정부는 경복궁 낙서 관련자들에게 복구 비용 1억여원을 모두 손해배상 청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두 차례 발생한 스프레이 낙서 테러로 담장 총 36.2m 구간이 피해를 봤다. 복구 작업에는 총 8일간 연인원 234명, 하루 평균 29.3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레이저세척기, 스틱세척기 등 전문 장비 대여료와 방진복·정화통 등 장비 및 소모품 비용만 2153만원으로 집계됐다. 보존과학 분야 인력의 하루 일당은 31만원가량이다.
고정주 경복궁관리소장은 “보전 처리를 담당한 전문인력과 가림막 설치를 담당한 직영보수단의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고려하면 (총 비용은) 1억여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상황 등을 지켜보며 경찰에 붙잡힌 10대 미성년자,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 2차 범행자 등에게 모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궐, 종묘, 조선왕릉 등 주요 문화유산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도 이날 발표했다. 경복궁은 인적이 드문 야간 시간대 자율적으로 2~4회 이뤄지던 순찰을 8회로 확대한다. 외곽 담장 주변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14대에서 20대를 추가, 34대로 늘릴 방침이다. 4대궁, 종묘 등 주요 문화재에도 총 110대의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인 10대 남녀는 지난달 16일 새벽 1시42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고궁박물관과 영추문(서문) 앞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이름 등을 낙서한 혐의를 받는다.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신원 미상 A씨에게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 지시받아 낙서한 임군(17)은 A씨로부터 착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받았고, 범행 직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범행으로 모방 범죄까지 발생, 지난달 17일 20대 남성 설모씨가 담벼락에 낙서한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다. 임군은 구속을 면했지만, 설씨는 구속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