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조절’로 제3지대 주도권 쥔 이준석 신당

‘속도 조절’로 제3지대 주도권 쥔 이준석 신당

야권 신당, 제3지대 ‘빅텐트’ 강조
이준석, 성급한 결합 경계…신중 모드
전문가 “이준석 선택지 많아 여유…주도권 쥐고 있어”

기사승인 2024-01-16 06:00:07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미래대연합 창당을 추진 중인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연합뉴스

제3지대가 활짝 열렸지만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세력 간 미묘한 온도차가 보인다. 특히 이준석 신당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제3지대 주도권에 경쟁에 앞서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연합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제3지대 핵심 인사들(김종민·이낙연·이준석)은 14일 미래대연합 발기인대회 전 3자 회동을 통해 ‘양당 기득권 정치 타파’에 뜻을 모았다. 김 의원은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은 미래대연합 창당 취지에 공감하면서 축하해줬다”며 “이심전심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만남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빅텐트’ 형성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야권 계열 신당은 이준석 신당에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의 연대가) 세대 통합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며 “협력의 방법이 뭔지는 앞으로 논의해 봐야겠지만 함께 해야 한다”고 연대 의지를 드러냈다. 

제3지대 플랫폼 정당을 표방한 ‘미래대연합’도 “미래로 가는 개혁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신당 세력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공통 분모를 최소화하면 된다”며 “10가지 중 9가지가 다르더라고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같다면 함께 갈 수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반면 ‘개혁신당’은 제3지대와 연대에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성급한 결합은 경계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선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좀 더 확장된 범위의 새로운 아젠다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특히 제3지대 빅텐트와 관련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결합이 준 교훈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합당으로 충분한 시너지를 내지 못한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설 연휴 전 제3지대 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미래대연합의 주장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15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솔직히 빠르다고 생각한다”며 “총선에서 승리하는 빅 텐트는 누구랑 하느냐 보다 어떻게, 왜 합치느냐가 중요하다.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의 속도 조절은 제3지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묘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간을 두고 당내 합의 절차를 거치는 모습을 통해 신당의 정당성을 먼저 확보하고 합당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자 한다는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야권 신당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연대나 통합이 신당 논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비전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있는 지지율을 지키거나, 나눠 먹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지지세도 더 키우고 현역 의원도 더 합류시켜 베스트 컨디션을 만든 다음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는 개혁신당의 속도 조절이 이러한 ‘여유’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개혁신당은 비교적 지지세가 탄탄하고 야권 신당과 연대도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신당 간의 온도차는 입장의 차이에서 발생한다”며 “이준석 신당은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된 일이었다. 세대를 대표하기도 하고 지지율도 앞서고 있어 급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이 전 대표는 오래 몸담은 민주당에서 나왔으니 황야에 나온 격이다. 빨리 텐트를 치고 싶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이 위원장이 ‘빅 텐트’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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