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 관리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그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급여 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했으나 올해부터 그 대상이 의원급으로 확대돼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확산을 막는 초석이 될지 주목된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남용 우려가 있는 피부·미용시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 비급여관리협의체 등 별도의 체계를 구성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항목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료비 급여 목록 정비와 표준화도 추진한다.
그간 비급여 진료 시장은 비용이나 시행 건수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의료계 사각지대였다. 비급여 진료비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일컫는다. 비급여 진료는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표준화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병원들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는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부추겨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필수의료 의사들의 이탈을 촉진해 지역·필수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비급여 진료는 정확한 통계도 없다.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추정만 될 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비급여 진료비 추정 총액은 2010년 8조1810억원에서 2021년 17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2021년 한 해 동안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낸 본인부담금 총액(22조1000억원)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12월 정부와 국회는 관련 의료법(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비급여 보고제)을 개정해 지난해 처음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4200여 곳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내역을 조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상 의료기관 4176곳 중 97.6%인 4078곳이 보고자료를 제출했다.
오는 3월엔 7만여 곳의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 전국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비급여 보고제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은 연 2회(3·9월분 진료내역),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 1회(3월분 진료내역) 비급여 항목의 비용과 실시 빈도, 상병명 등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대상 항목도 작년 594개에서 올해 1068개로 확대됐다. 복지부는 이르면 올 하반기 중 비급여 진료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철저한 비급여 관리를 바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보건의료노조)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용되고 있는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 늘어난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가 아닌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동네 의원으로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 실손보험 팽창과 비급여 진료를 강력하게 통제하라”고 촉구했다.
비급여 진료 관리 중심에 선 건보공단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건보공단은 지난 2022년 1월 비급여관리실을 신설하고 연구직 등을 포함해 70여명의 직원이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 산출과 변동 요인 분석, 비급여 보고제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고 있다.
건보공단 비급여관리실 관계자는 “비급여 보고제를 운영하며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선 등을 지속하고 있다”며 “의료기관마다 제각기 사용되는 비급여의 표준화를 위해 비급여 명칭과 분류체계를 정립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히 크다. 특히 직원 수가 적은 동네 작은 병원들의 행정 부담과 진료 차질을 우려한다. 이에 건보공단은 ‘추출 프로그램’과 ‘보고 항목 선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기관의 불편을 최소화한단 방침이다. 추출 프로그램이란 의료기관이 전체 비급여 진료내역에서 보고 항목을 선별해 추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보고 항목 선정 지원 프로그램은 의료기관의 실사용 진료 명칭과 코드로 보고 항목을 선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쉽고 편리한 의료 이용을 위해 비급여 진료정보를 발굴해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충분한 사전 정보를 갖고 적정한 비급여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의성 있는 비급여 실태 파악과 분석으로 과잉진료 등 부적정한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요인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