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전임·신임 회장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사인력 확충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한의학회는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2024년도 정기총회와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지난 1966년 34개 회원 학회로 시작한 대한의학회는 현재 194개 학회를 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단체다.
이날 이진우 연세의대 정형외과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가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신임 회장은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된 여러 현안은 이제 의료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인 문제로 확장됐다”며 정부의 의사인력 확충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이 신임 회장은 “의사인력 확충 문제를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기영합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구축한 선진국 수준 의료시스템과 선배들이 쌓아온 의료의 전통과 자부심이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 행위와 관련된 법적인 분쟁,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언론, 정부, 국회 등과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통해 의학회의 시각과 대안을 전달하는 창구를 상시화 하겠다”며 “지속적인 정책 발굴과 실현을 위해 지역·필수의료 관련 정책이사를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정지태 회장(고려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정부와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 회장은 “의사가 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의대를 들어갈 무렵엔 대한민국의 의료가 완전히 붕괴돼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를 운영하겠단 집단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도 여당, 야당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4월 총선만이 문제이고 무슨 수를 쓰든 이기겠단 생각뿐이다. 저들은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의사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깊게 고민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후 응급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정 회장은 “야당 당수(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 수습과정을 보면서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겠단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며 “말잔치일 뿐이지 어디에도 지역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의료계는 험한 길을 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신임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