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를 사칭하며 수십억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청조(28)씨가 법정에서 “벌을 받고 나중에 떳떳하고 싶다”고 발언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씨는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김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자신의 경호실장 역할을 하던 이모(27)씨의 범행 공모 여부 관련 증인으로 출석했다.
문제의 발언은 전씨가 이씨를 공범으로 지목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씨는 이씨가 경호원으로 일한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의 사기 전과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고,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함께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씨는 “나는 단 하나도 부인하며 올라온 적이 없다. 다 인정했다”며 “이씨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벌을 받기 원하고, 나도 내가 저지른 범행이니깐 최대한 벌을 받고 나중에 떳떳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재판장은 전씨의 발언을 지적했다. 피해자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장은 “법정에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도 회복되지 않고 마음의 상처도 보전되지 않았는데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피해 보전이 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떳떳’이나 ‘올바르다’는 단어의 사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며 “피해자에게 두 번의 상처를 더 얹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전씨는 재벌 3세 등을 사칭해 알게 된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약 30억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 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호실장 역할을 한 이씨는 피해금 중 21억원 이상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아 관리하고 시그니엘 레지던스와 슈퍼카를 자신의 명의로 빌려 전씨에게 제공하는 등 전씨와 공모해 약 2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