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품목 가격이 오른 가운데 과일과 채소류는 20% 넘게 올랐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설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28만1500원, 대형마트는 약 38만58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설과 비교하면 각각 8.9%와 5.8% 상승한 수치다.
품목별로는 차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류와 채소류는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해당 품목은 지난해 조사 당시에는 가격이 내렸으나, 과일은 지난해 잦은 비와 병충해, 냉해 등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채소류 상승은 최근 들이닥친 한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시장 기준으로 사과(부사) 3개 가격은 1만 5000원으로 지난해 설보다 42.86% 올랐고 대파는 1단에 4000원으로 60% 뛰었다. 여기에 사과와 배 같은 성수품 가격이 상승하자 샤인머스캣이나 만감류 등 다른 과일로 수요가 몰려 전체 과일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견과류 가격도 올해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설보다 비싸졌다. 채소류는 최근 들이닥친 한파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수산물 가운데선 생산량이 줄어든 다시마와 중국산 조기 가격이 2년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소고기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사룟값이 오르면서 소폭 상승했다. 닭고기는 가격 변동이 없었으나, 향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공산품 중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은 공급 안정으로 가격이 내렸다. 청주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내달부터 발효주와 기타 주류의 세금을 할인해주는 기준 판매 비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주류업체들이 출고가를 조정하고 있어서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올해는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전체 품목 가격이 올랐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매년 차례상 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도 매년 설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설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과와 배의 대형마트 할인 지원율도 20%에서 30%로 상향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