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극복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국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의 인력들이 공중보건체계 강화를 위해 전면에 나선다.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창립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구소는 보건의료 학계와 지역 공중보건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 설립한 순수 민간 연구기관이다.
이날 연구소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하고 첫 발을 내딛었다. 김동현 공동준비위원장(한림대 보건과학대학원장)을 발기인으로 나선 가운데 60여명의 공중보건 인력들이 참여했다. 연구소는 급격한 고령화와 지방 소멸로 대두된 공중보건 위기 해소를 위해 관련 현안 분석과 정책 연구·제안, 공중보건 인력 교육 등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소 창립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보건소와 보건진료소 등이 선별진료소 기능을 수행하며 감염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분류하며 확산을 차단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며 쏟아지는 환자들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김 위원장은 “이때 공중보건 기능이 녹아내렸다”며 “코로나19는 지역사회 기반 공중보건 인프라 강화와 지역 완결형 보건의료체계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 전문가와 실무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 보건의료 현장에서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용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사회 공중보건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어 감염병 위기 대응이나 건강증진사업, 통합돌봄사업 추진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중보건 조직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연구소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또 공중보건 인력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해 보건기관들이 지역사회 일차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통합건강돌봄 모델 개발 △건강 격차 요인 규명 연구 △보건사업의 수행과 근거 기반 효과 평가 연구 △국제 보건기관 교류 등을 계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건소 인력 절반을 신입이 차지하는데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3~4개의 공중보건 업무가 맡겨진다”면서 “과다한 업무로 인력의 소진 문제도 상당하지만 지역 보건기관 인력들을 관리하고 장기간에 걸쳐서 교육하는 시설이 부재해 연수원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선 보건기관 실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김주연 대전 대덕구보건소장은 “코로나19 당시 중앙정부에서 지역으로 대응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시간이 걸렸고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면서 “정부와 지역 보건기관 간 네트워크가 잘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최종 목표는 지역 보건기관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중보건 개선 방안을 정부에 전달해 현장에 적용되게 하는 것이다. 김혜경 공동준비위원장(전 대한공공의학회장)은 “30년 넘게 지역 보건소장 등으로 근무하며 지자체장을 비롯해 주민들로부터 ‘병원만 있으면 됐지 보건소가 왜 필요해’라는 말을 들었다”며 “중앙정부는 보건 정책을 개발할 때 왜 보건기관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지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지역주민과 지자체, 중앙정부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보건기관이 지역사회 일차의료 기능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향후 감염병 대유행이 닥쳤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