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인화 선임 반대에”…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 철회

[단독] “장인화 선임 반대에”…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 철회

기사승인 2024-02-13 19:45:44
서울 대치동 소재 포스코센터. 포스코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장인화 전 사장의 회장 선임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포스코가 경기 성남시 위례지구에 들어서는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을 철회했다. 

미래기술연구원의 성남시 이전에 반대하며 장 전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포항 지역 시민단체의 상경 투쟁을 앞두고, 포스코가 일단 지역 민심을 달랜 후 회장 선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는 이달 22일로 예정돼 있었던 위례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 철회 방침을 포항시와 성남시에 통보했다. 

당초 포스코는 위례지구 일대 5만여m² 부지에 사업비 약 1조7000억원을 들여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을 설립, 수도권대-본원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포항시 지역사회 등은 2022년 2월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중심 운영체계 구축’ 합의서를 토대로 수도권 분원 조성 계획을 철회하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맞서왔다.

포스코 범대위 관계자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포항 소재)의 주요 부서들이 위례로 이전되는 등 당초 약속과 달리 지역사회 발전 및 소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에 포항시민들이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범대위는 지난달 17일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 장인화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원과 사외이사 등 8명을 2019년 중국 출장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경찰 고발, 장인화 전 사장의 회장 선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기공식 연기가 회장 선임 과정과 연관돼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시민단체와 지역사회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현 시점 기공식이 진행될 경우 회장 선임을 위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거센 반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두 기관의 답변을 종합해보면 주총 이후 차기 회장 체제에서 기공식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뉘앙스로 해석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사업 자체는 진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창호 범대위 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포스코의 답변을 기다려보고 입장의 변화가 없다면 다음달부터 서울과 포항을 중심으로 대규모 움직임을 조직할 계획”이라며, “기공식이 철회되고 합의서 내용대로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 구축이 약속된다면 장 전 사장 선임과 관련한 범대위의 기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당사는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 구축과 관련해 합의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왔으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소통 역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편,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측은 “범대위 입장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으며 주총과 관련해 현재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면서 “주총 이후 의결권 행사 여부를 14일 이내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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