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이해관계인이 속해 있는 특정 단체에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업비를 지원했다가 환경부 감사에 적발됐다.
해당 단체는 수자원공사의 사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민간 위원이 대표로 있는 곳으로, 특정 시기에 공공기관 수탁 업무가 급증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환경부 감사실은 지난해 말 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특정 단체가 환경부 산하기관 위탁사업을 유독 많이 수행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돼 이를 밝히고자 진행된 감사였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20년 ‘개방혁신R&D 연구개발 사업’을 공모하면서 이 단체가 제안한 ‘한강 깃대종 조사와 보호 활동을 통한 유역공동체 의식 및 제고 방안’을 선정, 연구개발비로 1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환경부는 이 공모사업의 심사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수자원공사는 심사위원 5명 중 사내 임직원 3명과 국가물관리위원회 1기(2019년∼2022년) 민간 위원 2명을 사외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공모에 선정된 단체에는 A씨가 대표로 있었는데, 문제는 A씨 역시 1기 국가물관리위원으로 민간 위원 간사까지 맡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심사위원들이 동료 위원이 대표로 있는 단체의 사업계획을 평가하고 연구비 지원 기관으로 선정되는 데 관여한 셈이 됐다.
환경부는 이해관계인이 공모사업 심사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수자원공사 내부 규정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명단에 A씨가 버젓이 이 단체 대표로 소개돼 있지만 수자원공사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연구비가 특정 개인의 기술정보 활용비로 지급된 것도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일부 비용을 환수하도록 요구했다.
이밖에도 수자원공사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A씨의 단체가 개최한 문화행사에 협력비 100만원, 200만원씩을 10차례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비 지원 기준과 절차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자원공사가 조직적으로 국가물관리위원들을 관리·지원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2019년 출범했다가 지난 2022년 총리 직속기관으로 변경됐다. 물관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수계별 유역 범위 지정, 물 분쟁 등을 조정하는 국내 물관리 최고 기구다.
같은 시기 수자원공사 역시 주무 부처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국가 통합 물관리 기관으로 지정됐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공사의 사업·경영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환경부 감사 결과를 받고나서 수자원공사 감사실에서 모호했던 기준들을 개정하는 등 내부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