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장기화 등 영향으로 서울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결정했다.
16일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해 4월30일까지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을 19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2011년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7회 연장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2개월 간격으로 초단기 연장을 실시해오고 있다.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25%, 경유·LPG는 37% 인하율이 적용된 상태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평균 200원 안팎의 가격 혜택을 보는 셈이다. 이번 연장 조치에도 동일한 인하율이 적용된다.
당초 이달 29일로 예정돼 있던 유류세 인하 조치 만료일을 앞두고 세수 결손 우려에 정상화 주장도 제기됐으나 정부는 물가·유가 동시 상승 국면에서 당장의 국민 부담 경감을 선택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의 리터당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71원 오른 1700.9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은 전날보다 2.62원 오른 1617.52원이다.
경유는 서울 평균 전날 대비 1.62원 오른 1612.37원, 전국 평균 전날 대비 2.72원 오른 1520.71원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원유 수요가 하루 120만 배럴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면서 지난달 말 상승 전환한 국제 유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15일 기준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39달러 오른 배럴당 78.03달러를,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1.26달러 오른 82.86달러로 집계됐다.
이러한 유가 상승세는 국내 물가 상승과 맞물려 국민 부담을 늘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 대비 6.0% 상승했으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정학적 불안 지속, 물가·유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상승세로 인해 불가피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월 말까지 연장해야 한다”면서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경제주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전방위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이달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