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마리에 1억9000만원. 마리당 260만원. 아무리 계산해도 셈이 맞지 않았다. 김구현(60대·가명)씨는 럼피스킨 보상금을 살피고 또 살폈다. 실제 솟값은 마리당 400만원이 훌쩍 넘었다. 결국 보상금으로 40마리만 살 수 있었다. 김씨는 “73마리를 지난해 10월 팔았다면 최소 2억5000만원은 받았을 것”이라며 “소를 더 사야 하는데 목장이 원활히 돌아갈 텐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럼피스킨 살처분 관련 100% 보상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시도별 럼피스킨 발생 및 보상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강원도는 럼피스킨 살처분 농가 7곳에 10억9100만원을 지급했다. 강원도에서는 육우 223마리가 살처분됐다. 단순히 솟값으로만 계산하면 마리당 489만원의 보상금이 주어진 셈이다. 사료·약품, 휴업보상 등을 제외하면 솟값은 이보다 더 적어진다. 지난 2022년 통계청 기준, 육우 사육비는 마리당 617만8000원이다.
다른 8개 시도는 보상금 지급이 완료되지 않았다. 지난 19일 기준 럼피스킨 살처분 농가 107호 중 27호에만 보상금이 지급완료 됐다. 54호는 일부 지급, 26호는 미지급 상태다.
정부는 럼피스킨 살처분 보상금 100% 지급을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전염병에 의한 살처분 보상은 방역수칙 미준수 등 농가 책임도 있다고 판단, 80% 정도만 지급해 왔다. 럼피스킨의 경우, 백신 접종 의무가 없었다. 농가의 귀책 사유를 따질 수 없기에 정부는 100% 보상안을 내놓은 것이다.
피해는 온전히 보상되지 못했다. 경기 지역에서 30여년간 젖소 목장을 꾸려온 임재욱(67·가명)씨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임씨는 보상금 지급 수령 사인을 끝까지 망설였다. 시세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유량이 좋은 소도 380만원만 보상해 준 것 같다. 지금 비슷한 소를 사려면 7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며 “목장 문을 닫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목장 재개를 위해 노력 중인 박정국(가명)씨도 치솟는 솟값에 고민이 크다. 박씨는 “목장에 새롭게 들일 소를 보러 다니고 있는데 초산우 가격이 450~580만원이다. 그마저도 팔려는 곳을 찾기 힘들다”며 “보상금을 아직 받지 못해 선뜻 소를 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농가에서 원하는 모든 수준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현장과 협회 등의 의견을 듣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제1종 가축전염병 럼피스킨이 국내에서 첫 발병했다. 전신에 단단한 혹이 나타나고 유산·불임 등이 발생해 생산성 저하를 유발한다. 폐사율은 10% 이하지만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럼피스킨으로 젖소 1680마리, 육우 901마리, 한우 3874마리 등 총 6455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