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업계 연이은 주총 대결…커지는 국민연금 역할론

중화학업계 연이은 주총 대결…커지는 국민연금 역할론

금호석화 등 주총서 굵직한 표 대결 앞둬
대주주 국민연금 결정 막중해진 상황
주춤한 반대율, “적극 의결권 행사 필요”

기사승인 2024-02-25 06: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다음달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중화학업계 경영권 분쟁·표 대결이 다수 예고된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막중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는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다음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올렸다.

벌써 세 번째 ‘조카의 난’인 가운데 박찬구 회장과 두 자녀(박준경·주형)의 총 지분 15.7%와, 박 전 상무 측(모친 등)의 총 지분 10.8%가 격돌할 예정이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의 경우 3%룰이 적용돼 2대주주인 국민연금(9.27%)과 소액주주(총 25.5%)의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석화업계에서 75년간 두 집안이 협력해 온 영풍-고려아연의 주총 첫 표 대결에서도 국민연금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영풍은 다음달 19일 있을 고려아연의 주총 안건 중 연말 배당 규모가 전년(2만원) 대비 5000원 감소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지난해 말 기준 25.28%)다.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일가 약 33%,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약 32%로 1% 차이에 불과하다. 역시 국민연금이 지분 8.48%를 보유한 2대주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포스코는 장인화 전 사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두고 지역단체의 반대에 직면했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등 지역 시민단체는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 국민연금(6.71%)에게 “자격을 상실한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은 무효”라며 연일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역시 지난달 CEO후추위가 외부 공모 없이 CEO 선정 작업을 진행하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다음달 21일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증가세였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비중이 최근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참여한 주총은 2022년(717회) 대비 5.2% 감소한 680회, 의결권 행사는 2022년(624곳) 대비 3.7% 감소한 601곳으로 나타났다. 

반대율도 2022년 15.3%(665건)에서 지난해 13.8%(560건)으로 감소 전환했다. 특히 임원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율은 지난해 10.3%로 더욱 낮았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참여한 주총에서의 안건 수는 2020년 4494건, 2021년 4235건, 2022년 4345건 등 증가세였지만 2023년에는 4046건이었다. 반대율도 2020년부터 3년간 증가하다가 지난해 감소 전환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표 행사가 주총에서 실제 부결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던진 주주총회 안건 803건 중에서 실제 부결된 안건은 10건(1.24%)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KT 사례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어려운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기업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국민연금 등 대주주의 의견 제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일각에서 국민연금에게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총을 앞두고 여론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잡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사무국장은 “각종 자문위원회 등을 신설하고 의결권 행사율 자체는 높아졌지만 실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인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단순히 의결권 행사 건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과 의도를 갖고 참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 “주총 이후 14일 이내 의결권 행사 여부를 공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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