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이 휴학하고 전공의가 사직한 가운데, 이들이 학교와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의료 현실을 봐달라는 의대생과 전공의의 당부가 나왔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념 정책 토론에 참석한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의대 휴학생이 현 사태에 대한 공개 발언에 나섰다.
이날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사직 인턴은 자신의 외과 인턴 경험을 소개하며 힘들지만 보람 있게 일했던 전공의 생활을 접고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홍 인턴은 지난달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유튜브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홍 인턴은 “혼나면서 배우고 쪽잠 자가며 출근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휴가도 가지 못한 채 일만 했지만, 환자가 건강해져서 퇴원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며 “비록 한달 간의 짧은 인턴 경험이었지만 바이탈과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의대 증원에 따른 낙수효과’라는 말에 분노를 느낀다”며 “전공의와 전임의도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의사들의 자존심을 어디까지 깎으려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는 이상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도, 대화에 나설 마음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인턴은 “개인 의지에 따른 사직으로 당장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겠지만 저희는 지금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정책을 못박아놓은 상태에서 돌아갈 생각도, 대화를 먼저 권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고, 전체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야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본과 3학년이라고 밝힌 한 의대생은 “미래의 제 후배들이 필수의료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 미래의 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우리는 의료계의 과오를 되돌아보고 처절한 반성과 함께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우리가 뜻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을 향한 비난을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의사를 향한 공격적인 말들에 많은 상처를 받는 요즘이지만, 이 상처가 자기 연민에 그친다면 그 다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 의대에 왔는데 ‘사회가 우리를 이런 시선으로 봤었나, 우리가 이렇게 미움을 받는 존재였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언론 댓글을 보면 우리가 공부만 하고 살아와서 인성이 결여된 사람처럼 비춰지기도 한다”며 “이번 사태로 친구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꿈이 흔들리고 있다. 사회의 어른으로서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