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확대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2월13일, 한국의학교육협의회)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된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3월6일 윤석열 대통령)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지를 두고 정부와 의사들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강의실에 책걸상 몇 개 더 놓는다고 의학교육의 질이 담보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의학 교육 과정은 일반 대학 수업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쿠키뉴스에 “의대 교육 과정은 실습 위주가 아니라 도제식 교육 중심”이라며 “2000명을 증원한다면 1980년대식 대형 강의 위주의 수업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달라진 의학교육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80년대에는 대형 강의실에 모여 교수의 말을 받아 적는 방식의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의대 코스에는 강의식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특히 실습은 도제식으로 이뤄진다. 정해진 교육제도를 통한 교육이 아닌 스승이 되는 사람 밑에서 1대 1로 배우는 것을 도제식 교육이라고 말한다.
신 이사장은 “최근엔 강의식 수업도 6~8명 소그룹으로 나눠 조별 실습을 하거나 케이스 연구, 실험 등을 한다. 수술방에선 도제식 교육이 필수적”이라면서 “(일반 대학 수업보다) 교육자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원 시 시설·장비 뿐 아니라 교육자 확보도 문제다. 정부는 증원하는 학생 수에 맞게 오는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임상교수가 아닌, 기초의학 교수 구하기는 지금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탓이다. 의대 본과생 1·2학년은 실습 전까지 해부학, 생리학 등 인체의 구조와 기능 등 기초의학을 학습한다. 기초의학을 배운 다음 환자를 대면하는 진단과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임상의학을 배우는 과정을 거친다.
실제 교육부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지난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수도권이 12명이고, 호남권은 24.7명이었다. 기초의학 교수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제주권(제주대 1곳)이 10명으로 가장 적었고 충청권 10.5명, 영남권 13.8명, 강원권 15.7명이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서울대, 연세대가 기초의학 교수를 그래도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연세대도 기초의학 교수를 구하기 힘들어 사람을 못 뽑고 있다”며 “기초의학 교수가 3부제로 수업을 한다고 해도 수업의 질은 떨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제한적 임상 실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오지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임상 교수 1인당 학생이 늘어날수록 부담이 커지는데, 담당해야 할 학생이 많아지면 학생 교육 기회도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외래 진료의 경우 학생이 진료실에서 진찰하는 것을 지켜보고, 실제로 해보기도 한다”며 “증원되면 외래 진료실에 들어올 학생도 1명에서 3~4명으로 늘어난다. 외래를 방문한 환자들이 그런 환경에서 진찰을 받는 것을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반면 정부는 교육의 질 확보를 전제로 당장 늘릴 수 있는 인원이 ‘2000명’이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직접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정원 40~50명의 소규모 의대부터 증원하려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의학교육을 정상화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통계와 근거를 언급하기도 했다. 울산의대의 경우 한 학년 정원은 40명으로, 예과 2년·본과 4년을 합쳐 총 정원은 240명인데, 의대 전임교원은 650명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0.4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지난달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2000명 증원이 되어도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문제는 없다”며 “정부는 수요조사 결과를 점검해 2000명을 늘리더라도 현재의 의학평가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공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