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홍콩H지수 ELS 배상안에 ‘당혹’

증권업계, 홍콩H지수 ELS 배상안에 ‘당혹’

금감원 분쟁조정기준 발표, 투자자별 ‘최대 100%’ 배상
증권업계 “ELS, 사모펀드 상품 아니야…예상보다 높은 배상기준”
불완전판매 이슈에 “CEO 징계 가능성도 있어”

기사승인 2024-03-13 06:00:08
쿠키뉴스DB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안 발표로 인해 증권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금융권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당국의 기조를 고려해도 당혹스러운 결정이라는 평가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ELT·ETF 포함)는 지난해말 기준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증권사에서 판매한 금액은 3조4000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약 18%다. 판매액 중 3000억원이 올해 1~2월 사이 만기가 도래했다. 손실액은 2000억원이다.

대규모 손실은 기초지수인 홍콩H지수 급락세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홍콩H지수는 5748.89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가 1만2000선에 진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하락했다. 

대부분의 홍콩H지수 ELS 상품은 증시 호황기였던 지난 2020년 하반기에서 2021년경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ELS 상품 만기가 통상 3년으로 설정된 점을 고려한 결과다.

손실액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초부터 이달 8일까지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다양한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금감원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배상기준안을 내놨다.

금감원이 내놓은 배상안의 핵심은 ELS 상품의 손실액에 대해 투자자별로 0~100%까지 차등 배상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별 배상비율은 크게 판매사 요인(기본배상비율+공통가중)에 투자자별 가감 요인을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각 비율은 판매자 요인 23~50%, 투자자별 고려요소 ±45%, 기타 ±10%다. 증권사도 일부 투자자에 한해 100% 손실배상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같은 금감원의 결정에 증권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대 100% 손실배상을 강조하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며 “ELS는 과거 DLF와 같은 소수 투자자 대상의 사모펀드 상품이 아님에도 예상보다 배상기준이 높게 잡혔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분쟁조정기준안 발표로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됐다고 본다”며 “손실배상 결정이 선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ELS 판매 손실 부담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발행물의 주요 인수자가 은행인 점과 불완전판매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투자자 및 오프라인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배상비율 부담은 덜 하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적발에…CEO 징계도 거론

금감원의 손실배상안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징계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불완전판매 일괄 지적사항이 일부 증권사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과거 라임·옵티머스펀드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CEO 중징계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내부통제 관련 언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중징계까진 아니더라도 증권사 CEO에 영향이 갈 순 있다”며 “사모펀드 사태 때도 그랬듯이 법인뿐만 아니라 CEO에 대한 징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 CEO에 제재 등 구체적인 징계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현재 단계에서는 제재 수준에 대해 말할 정도의 절차가 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 등에 대한 분석이 끝나야 제재 여부를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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