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매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있던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한국 직진출이 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정작 수입브랜드를 유통하는 업계는 차분하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 3대 패션업체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5%, 7.8% 증가한 2조510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이다. 같은 기간 경쟁 업체인 한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3% 감소한 1005억원을 기록했다.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각각 영업이익이 622억원, 48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6.4%, 57.7% 급감했다.
업계는 삼성물산이 패션 불황기에서 홀로 좋은 수익을 낸 이유가 수입 브랜드에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450억원(+0.6%), 영업이익은 460(+4.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 상승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신명품 등 수입 상품, 온라인 등 전반적인 사업군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10꼬르모꼬소, 비이커 등 신명품 수입 브랜드를 21개 가지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지난 2011년부터 사업에 동참한 ‘톰브라운’도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톰브라운은 매년 두 자릿수씩 매출이 신장해 왔다. 지난 2022년 톰브라운의 매출 신장률은 20%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수입 브랜드들의 줄이은 국내 직진출 선언이 업계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최근 3년 동안만 골든구스, 돌체앤가바나, 몽클레르 등 30여개의 브랜드가 직진출을 결정했다. 삼성물산과 12년간 함께했던 톰브라운도 지난해 직진출을 발표하고 삼성물산과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외 수입 브랜드의 직수출 증가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수익 악화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가 앞으로 직진출을 한다고 해도 회사 경영 방침이나 포트폴리오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수익성만 따지면 현재 삼성물산이 관리 중인 내셔널 브랜드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신규 수입 브랜드를 런칭하는 이유는 트렌드에 앞서나가기 위함이 크다”고 덧붙였다.
10년간 계약을 이어 오던 셀린느의 한국 직진출로 타격을 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2.8%, 57.7%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높은 기저와 소비심리 위축, 일부 브랜드 계약 종료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계약 종료 브랜드를 제외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패션·수입화장품 성과가 좋았다. 슈즈 브랜드 ‘어그(UGG)’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4% 증가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11.9%, 지난해 론칭한 ‘필립플레인골프’는 57.8% 오르기도 했다.
수입 브랜드 비중이 50%가 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장에서는 수입 브랜드가 줄지어 직진출 선언을 할 경우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의외로 걱정 없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 직진출은 패션업계에서 익숙한 일”이라며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런칭하고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직진출 하는 케이스가 많아진다고 해서 내셔널 브랜드에만 집중하는 등의 포트폴리오를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