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의 사직도 줄을 잇는다. 빅5 병원 5곳 중 4곳의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뜻을 모았고 남은 1곳도 26일 최종 사직 여부를 결론 낸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25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고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과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의대 증원 정책을 즉시 멈추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1만명의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최소 5년을 후퇴할 것이며, 이렇게 망가진 의료를 회복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의료를 제자리로 돌릴 수 있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 433명도 사직서를 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책임을 진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며 “정부는 근거 없는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전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도 같은 날 오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안석균 연세의대 비대위원장(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취합해 이은직 학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성균관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의대와 병원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3.1%가 단체행동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자발적 사직에 동의했다.
이제 남은 빅5 병원은 서울성모병원을 둔 가톨릭 의대다. 가톨릭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사직서 제출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대 교수들은 자발적 사직서 제출과 함께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다음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진료 축소를 중단하겠단 입장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지난 25일 연세대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교수들이 외래 진료나 입원, 중환자 진료를 전담하며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고 정신적 고통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의사뿐 아니라 환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사직서가 수리되기까지 한 달이 소요되는데, 그전에 이 사태가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0명 의대 증원을 굽힐 뜻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증원된 인력이 배출되려면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나머지 의료개혁 과제들 역시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