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윤석열의 시간”…총선 성적표 바꿀 변수 3가지

“이젠 윤석열의 시간”…총선 성적표 바꿀 변수 3가지

출구 없는 의정 갈등…총선 승패 달린 ‘극적 타협’
이러다 역풍 맞을라…野, 편법대출·아빠 찬스에 벌벌
여야 막말 난타전…자칫 중도층 떠난다

기사승인 2024-04-02 11:00:02
그래픽=이승렬, 최은희 기자

4·10총선의 향방을 가를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여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의료대란·부동산 리스크·막말 논란 등이 선거 판세를 뒤집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출구 없는 의정 갈등…총선 승패 달린 ‘극적 타협’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둘러싼 ‘의정(의료계·정부) 갈등’은 총선 판세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5년간 매년 2000명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의료계와 충돌하고 있다. 당초 여권에 유리한 이슈로 분류되던 의료 개혁이라는 명분과 별개로, 진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반감 여론도 있지만,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적 피로감이 커진 만큼, 국민의힘 총선 성적표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여론조사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전화면접)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사태에 대해 ‘원칙을 일부 양보해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62%에 달했다.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난 28일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선거 전 의정갈등의 출구를 이룰 경우, 여권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의견이 조율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당정 간 협업 이슈가 부각되면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단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 총선 격전지 의석의 절반 이상 건질 것”이라며 “이젠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다. 의정 갈등의 출구를 찾을 경우, 총선 판세뿐 아니라 향후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 평가도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번 정부가 해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관건은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증원 수 자체를 조정해 의료계와 극적 타결에 성공하거나, 협의체 구성을 통해 단계적 증원에 합의할 경우, 총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안산시갑의 양문석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이러다 역풍 맞을라…野, 편법대출·아빠 찬스에 벌벌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도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 안산시갑의 양문석 민주당 후보는 ‘편법 대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수금 31억2000만원 중 11억 원을 대학생 신분이던 딸 이름으로 수성새마을금고에서 돈을 빌렸다. 주택 자금으로 사업자운전자금 대출을 받은 것이다. 당시 대출을 진행했던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날부터 해당 의혹에 관한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공영운 민주당 후보는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차 사장을 지낸 그는 2017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을 2021년 아들에게 증여했다. 당시 아들은 만 22세로 군 복무 중이었다. 매입·증여 과정에서 주택 시세가 3배 가까이 뛰어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지역구 경쟁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문제의 부지 인근의 삼표레미콘 공장이 이전하면서 개발이 본격화한 점, 공장 부지의 주인이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제철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부동산 문제는 중도층 뿐만 아니라 ‘불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를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다. 자칫 정권심판론 구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을 저해하고 중도층 표심까지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유세전에서 해당 논란을 최대한 활용,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여야 막말 난타전…자칫 중도층 떠난다

설화 리스크도 변수 중 하나다. 이번 총선이 ‘정권 심판론’ 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의 대결 구도가 되면서, 여야는 원색적인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2찍’ 논란을 시작으로 ‘정부가 매만 때리는 의붓아버지·계모 같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등 과격한 발언으로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지난 28일 비속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조국 대표도 같은 날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 꼬라지 그대로 가다 나라 망하겠다, 이런 판단으로 조국혁신당에 힘을 실어 달라”고 외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도부나 후보들의 지나친 네거티브와 막말은 지지층만 열광시킬 뿐, 선거 당락을 좌우할 중도층 유입의 걸림돌”이라며 “역대 선거에서 빠짐없이 불거진 설화 리스크는 수도권과 같은 박빙 지역구의 총선 판세를 뿌리채 흔드는 악재”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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