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약진과 중국 이커머스의 파상 공세로 대형마트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방편으로 인력 줄이기와 점포 매각 등에 나서며 돌파구 마련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최근 창사 31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으로 오는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에겐 법정 퇴직금과 특별 퇴직금을 함께 지급한다. 특별 퇴직금은 월 기본급의 40개월치다.
이마트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겠다”며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도 2021년 2월 첫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이후 매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운영비 절감을 위해 효율성이 낮은 점포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마트는 현재 2019년 폐점한 서부산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부산점 매각이 이뤄지면 이마트는 신규점포 출점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해 자산 효율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2019년부터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2021년부터는 동광주점·감삼점 등 2곳의 점포를 시작으로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4개 매장을 폐점하고 두 개 매장은 매각 후 재임대했다. 실제 마트 영업이익은 2020년 190억원에서 지난해 873억원으로 360%가량 개선됐다.
홈플러스도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11월 계약 만료를 앞둔 목동점을 폐점할 예정이다. 해당 부지 소유주인 양천구청은 홈플러스 건물을 철거하고 공개 입찰로 매각해 오피스, 주상복합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대형마트의 몸집 줄이기는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의 영향이 크다.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습으로 인해 대형마트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업태별 매출 구성비는 온라인이 5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백화점이 16.7%, 편의점 15.3%, 대형마트 12.1% 순이었다. 온라인의 경우 전년 동월(52.3%) 대비 0.9% 포인트 비중이 늘어났다.
사정이 이렇자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린 그로서리(식료품) 매장 구축과 점포 리뉴얼, PB 제품 확대 등을 활용한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특히 그로서리 비중을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는 연내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소 5개 이상의 출점 대상지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부터 24개 매장을 초대형 식품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을 선보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만이 가지고 있는 신선식품 등 그로서리 차별화를 통해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 동기를 계속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매장 운영 면에서도 상품진열 방식 고도화, 타이트한 재고관리 등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판관비 절감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점포 리뉴얼과 단독 PB 상품 확대, 먹거리 상품 경쟁력 강화 등을 기반으로 편리함과 품질을 앞세워 고객 수요를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