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실시되는 4·10 총선 사전투표의 날이 밝았다. 여야는 각자의 손익계산에 따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통설이 깨질 지 주목된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6일까지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유권자는 별도 신고 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신분증만 제시하면 투표할 수 있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사전투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도입된 이후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별로 보면 사전투표율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16년 총선에서 12.2%였던 사전투표율은 2020년 총선에서 26.7%로 상승했다. 대선의 경우 2017년 26.1%에서 2022년 36.9%로 상승했다.
그간 정치권에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이, 본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정당이 유리하다고 해석돼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유권자 지형이 변화하고, 보수진영 내 사전투표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쉽사리 유불리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77.1%)를 기록한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50대 이상 장노년층 유권자도 이번 총선의 변수다. 제18대 총선에서 33.9%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1에 불과했던 50세 이상은 이번 총선에서 51.6%로 역대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 60대 18.3%(215만 2575명)와 70대 12.4%(146만 1138명)를 더하면 50세 이상은 52.6%로 절반 이상이다.
이들이 사전투표에 소극적이라는 통념도 깨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를 진행한 결과, 투표 참여 의향이 있는 유권자 중 40% 이상이 사전투표 참여 의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20대 44.6%, 30대 48%, 40대 45.5%, 50대 48.2%, 60대 43.8% 등이다. 통상 높은 사전 투표율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깨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여야는 한목소리로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틀간 실시되는 사전투표에서부터 적극 지지층 결집을 최대로 끌어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에 부정적인 보수 지지층을 겨냥, 이번 개표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4일) 서울과 경기 지역의 주요 격전지들을 돌며 하루 앞으로 다가온 사전투표 독려에 전력을 쏟았다. 그는 “우리 편이 많이 찍어야 이긴다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 선거의 진리”라면서 “이번 선거부터 저희가 강력 추진해 사전투표를 포함해 모든 투표에 대해 하나하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가 실시된다. 사전투표가 불안하다고 안찍으면 누가 이기겠나”고 지지층의 투표를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상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유리하단 인식에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이재명 대표는 “선거 승패가 수십 퍼센트 격차, 수천 수만 표 차이로 결정 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단 0.73%p 차이로 이 나라 운명이 갈린 것을 경험했다”며 “부산을 포함해 전국 박빙 지역에서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투표하는 쪽이 이긴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총투표율 목표를 71.3%, 사전 투표율은 31.3%로 잡으며 “역대급 재외선거투표율을 사전 투표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전화면접(CATI)방식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89.4%)와 유선전화 RDD(10.6%)를 활용해 실시했다. 응답률 17.9%,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2.5%p다.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2024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했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