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인 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젊음의 상징’인 신촌 인근에서 사전투표를 진행하며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이화여대생 미군장교 성상납 발언 논란, 자녀 편법 대출, 아빠 찬스 등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여당이 승리한 대선 핵심지지 동력이자, 불공정·젠더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 표심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9시 정각 서울 이화여대 인근의 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장을 찾았다.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 스웨터를 착용한 한 위원장은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힘을 보여달라”며 적극적인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민주당은 최악의혐오·사기 후보를 끝까지 비호하면서 판세에 영향이 없다는 말을 했다. 국민들께서 착각이고 오만이란 걸 알려주실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사전투표 장소로 △대학가가 밀집해있고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을 택한 이유는 2030 무당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지난 대선에서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다. 보수 아성인 60대 이상 유권자와 2030세대의 지지를 결합해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40대를 누른다는 전략이다.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청년층은 지난 대선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급부상했다. 윤 대통령은 20대에서 45.5%, 30대에서 48.1%의 지지를 얻었다. 0.73%p 차의 신승을 이끌어낸 강력한 ‘원군’이 바로 청년세대였다. 청년 지지를 등에 업는 세대포위론이 선거 승리 공식으로 떠오른 순간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도 2030세대의 민심을 얻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일부 민주당 후보들의 자녀 편법 대출, 아빠 찬스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불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김준혁, 양문석, 공영운 후보 등에 대해 국민들이 오랫동안 분노의 말씀을 해왔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최근 ‘김활란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준혁 후보에 대해서도 “역대급 혐오 후보 아니냐.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현실세계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김 후보를 끝까지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에 부정적인 보수 지지층을 겨냥, 이번 개표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그는 “이번 투표부터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가리지 않고 수개표가 진행된다. 믿고 사전투표에 나서달라”며 “지금은 고만고만한 정책 차이보다는 범죄를 방어하겠다는 사람과 법을 지키면서 살아온 선량한 사람 사이의 대결이다. 미래세대는 조국과 이재명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이, 본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정당이 유리하다고 해석돼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유권자 지형이 변화하고, 보수진영 내 사전투표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쉽사리 유불리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77.1%)를 기록한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50대 이상 장노년층 유권자도 이번 총선의 변수다. 제18대 총선에서 33.9%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1에 불과했던 50세 이상은 이번 총선에서 51.6%로 역대 처음으로 과반을 넘겼다. 이들이 사전투표에 소극적이라는 통념도 깨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를 진행한 결과, 투표 참여 의향이 있는 유권자 중 사전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50대는 48.2%, 60대 43.8%였다.
한편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전화면접(CATI)방식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89.4%)와 유선전화 RDD(10.6%)를 활용해 실시했다. 응답률 17.9%,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2.5%p다.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2024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했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