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4·10 국회의원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북특별자치도에선 선거 분위기가 여전히 냉랭하다. 거리에 플래카드와 벽보가 붙었다고는 하지만 관심을 두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의 유세전도 ‘기울어진 운동장’에 정해진 승부라 그런지 열의가 없다.
30여년 넘게 야권 성향이 강한 전북에서는 후보가 누가 되든 특정 정당의 공천에 따라 국회의원이 정해지는 상황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에 남은 기간 오히려 더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상대 후보와 굳이 치열하게 싸울 필요도 없다.
전북에서는 지역 공약보다는 ‘윤석열 심판론’이 선거운동 전반을 장악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잘 사는 전북’ 대신 이재명 대표에게 필요한 ‘싸움꾼’을 자처하고 있다. 전북 민주당 후보들의 구호도 ‘싸워야 할 때’로 통일됐다.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모두 과반을 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미 축배를 든 모습도 보인다. 양극화된 정치가 지역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바뀔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전주을로, 민주당 이성윤 후보와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맞붙는 선거구다. 국민의힘과 진보당 현역 의원 2명이 연일 민주당 이 후보를 상대로 맹공을 쏟아 붓고 있다.
선두인 이 후보는 시종일관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전북과 국가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는 수레)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는 ‘오직 전북’이라는 혈서를 쓰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10년 이상 지역주의 타파와 갈등과 혐오정치 종식을 외롭게 외쳤지만, 증오의 정치는 더욱 심화됐다”면서 "전북에서 국회의원 10명 중 1명이라도 전북 발전을 위한 중앙 통로를 열기 위해 집권 여당을 뽑아 달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교수들은 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수십여 년 동안 전북도민은 묻지마 투표로 특정 정당 정치인을 몰아주기식으로 선출했는데 그 결과는 어땠냐”면서 “발전은 고사하고 모든 삶의 지표가 말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그 누구 하나 양심의 가책이나 책임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일방적인 선거이지만 그래도 선거가 끝나면 남는 것은 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 그 하나다. 앞으로 4년간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공약의 결과’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번에도 내세운 것은 새만금 개발이다. 민주당은 2030년까지 SOC 정상 추진을 목표 기한으로 설정했고, 국민의힘은 잼버리 사태 이후 중단됐던 새만금 SOC를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새만금 공항, 신항만, 하이퍼튜브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검증 시설 조성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지부진했던 금융도시 관련 현안도 다시 살아났다. 국민의힘은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전주 이전 공약을 공식화하고 KIC 외에도 ‘7대 공제회’의 전북 동반 이전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1번 공약으로 금융도시 조성을 내세웠다.
우리나라 7대 공제회는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를 말하는데 이들이 이전하면 전주에 ‘자산운용 벨트’가 만들어지고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선거가 창출할 수 있는 또 하나는 소위 ‘인물’의 등장이다. 약세라고 평가받고 있던 전북 정치권에 대외 인지도가 높은 스타와 중진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국회부의장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5선 도전자로 전주병 민주당 정동영 후보와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조배숙 후보가 있고 중진인 4선에는 익산갑 민주당 이춘석 후보가 도전하고 있다.
4선 의원과 통일부 장관, 집권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후보는 이번에 국회에 진출하면 당내 목소리는 물론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경청하는 자세’로 유권자를 접했으며 동·북부권 균형발전 종합대책 등 전주 발전을 위한 여러 구체적인 공약도 제시했다.
또 정동영 후보는 김관영 지사와 예전에 국민의당 등에서 한솥밥 먹었던 관계로 협력관계가 더 돈독해 전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전북 정치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춘석 후보는 낙선 후에도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경력 공백이 거의 없었으며 4선 고지에 오르면 중앙정치에서도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가까스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3번에 배정돼 5선 고지에 오르게 될 조배숙 후보는 보수 불모지인 전북에서 집권 여당의 의원으로 정부와의 통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틀 후면 유권자들의 선택 결과가 나온다. 비록 맥 빠진 선거였지만 전북 정치권에 새로운 진영이 짜진다. 특히 올해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원년이다. 성장 기반을 세우기 위해 할 일도 많지만 이를 뒷받침할 입법 사항도 많다. 새로 선출되는 의원들이 모두 초심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전북 발전을 위해 합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