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실무를 맡을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지명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18일 만이다.
‘올드보이’ 황 전 대표의 귀환에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여당 당선인들 사이에서는 관리형 비대위를 이끌 무난한 인사라는 평이 주를 이룬 반면 야당에선 “당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9일 당선인 총회를 마친 뒤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 당과 정치를 잘 아는 분, 당 대표로 신망 받을 수 있는 분 등 세 가지 기준을 두고 물색을 해 황 전 대표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황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15∼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때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냈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했다.
윤 권한대행은 황 전 대표에게 지난 26일 비대위원장직을 요청했고, 이어 수락까지 받았다. 국민의힘은 조속히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임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달 3일 원내대표 선거 전까지 비대위원장 임명도 가능할 전망이다.
여권 인사들은 “안정감 있는 인선”이라고 평가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5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총회가 끝난 뒤 황 고문 인선에 대해 “정치 경험이 많으니 잘 이끌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 원내대표가 언급한 요건에 부합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무난한 인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4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원만한 성격에 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잘 관리하실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분이니까 비대위원 구성에 따라 비대위원들의 중론을 많이 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쇄신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합리적인 분”이라면서도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혁신과 쇄신 그림을 그려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관리형 비대위 자체가 결국 무난하게 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분출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황 전 총리는 국민의힘 원로 인사로 당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인사다. 혁신의 의지도, 추동력도 없는 사람”이라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총선에서 확인한 따끔한 민의에도 변화나 혁신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겠다니 직무 유기와 다름없다”며 “앞에서는 반성을 말하며 뒤로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국민의힘의 양두구육 시즌2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국혁신당도 가세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가장 중요한 일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윤석열당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은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임을 분명히 깨닫게 해 건강한 당청 관계를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친윤(친윤석열)이니 찐윤(찐윤석열)이니 하는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진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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