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간호법’ 제정에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유의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최근 발의된 간호 관련 3개 법안을 조율해 정부안을 제출한 것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과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보건의료계 직역단체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결국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졌다. 이후 5월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했으나 재적 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을 넘지 못하며 폐기됐다. 민주당은 11월 간호법을 다시 발의하기도 했지만, 수정된 문구가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보건의료 직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의사의 진료 독점을 깨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간호사에 힘을 실어줄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당은 새로운 간호법안을 들고 나왔고, 정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3개 법안 모두 지난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에서 문제가 됐던 ‘지역사회’ 문구는 삭제됐고, 복지부도 이를 그대로 따랐다.
앞서 폐기된 간호법에는 ‘모든 국민이 지역사회에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목적 조항이 담겼는데, 의사들은 ‘지역사회’라는 표현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제출한 안에는 ‘지역사회’라는 문구 대신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등 간호사들이 실제로 근무하는 장소가 열거됐다.
간호사의 업무는 현행 의료법에 적시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되, PA 간호사 법제화를 위한 규정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PA 간호사를 포함한 전문간호사의 경우 자격을 인정받은 분야에서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 하에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수정된 간호법이 제정되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의료행위를 지원·보조해왔던 PA 간호사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전담 간호사’ 또는 ‘임상 전담 간호사’라고도 일컫는 PA 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수술, 검사, 시술 등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으며 의사의 의료행위를 암암리에 일부 대신해왔다.
PA 간호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PA 간호사 대상 시범 교육을 진행 중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지금의 비상진료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른바 PA 간호사를 조속히 법제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