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로, 부부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72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저출생 문제에 고령화까지 빨라지면서 학령인구 감소, 경제생산가능 인구 감소, 내수시장 붕괴, 지방소멸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의 인구구조는 어떨까.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은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 인구보고서-인구소멸 위기, 그 해법을 찾아서’를 발표했다. 한미연은 올해 기준 대한민국 인구구조 변화 실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미래인구연표도 발표됐다.
2065년 인구 3969만명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1년 한국 중위연령이 50세를 넘긴다. 국민 중 절반이 50세 이상이라는 의미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30년간 1.65명에서 0.72명으로 반토막 났다. ‘아이는 없고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다. 한미연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사회 곳곳에서 예고된 재앙을 경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49년이면 혼자 생활하는 65세 이상 1인 가구가 266가구로 증가해, 전체 가구에서 20%를 차지하게 된다. 5가구 중 1가구는 독거노인 가구다. 인구가 줄면서 2050년 전국적으로 300만호 이상의 빈집이 발생, 10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해 65세 고령자가 1891만명을 기록,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최대 규모다.
80세 이상 초고령자는 지난해 229만명에서 2061년 849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60년이면 출생아 15만6000명, 사망자 74만6000명으로 인구 59만명이 자연 감소해 요람은 비워지고 화장장이 부족해질 것으로 한미연은 내다봤다. 또 2065년 총인구가 3969만명을 기록, 인구 3000만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의 최신 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인구는 지난해보다 3만8000명 늘어난 5175만명을 기록하고, 내년부터 감소한다.
20년 뒤 생산가능인구 1000만명이 사라진다
경제성장에 핵심 기반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3년 3657명에서 약 20년 뒤인 2044년 271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할 수 있는 사람 1000만명이 사라지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소비 활력이 떨어져 내수시장이 흔들린다.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부양 부담까지 높아진 만큼, 경제성장 속도는 급격히 둔화하고 장기 저성장이 굳어질 수 있다고 한미연은 전망했다.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인구위기 극복은 어렵다. 250인 이상 한국 기업의 일자리 비중은 27%로, 60%에 달하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과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대기업에서 장기근속하는 근로자와 중소기업을 전전하는 근로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의 난제인 저출생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점도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성들의 육아 관련 휴가·휴직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직장 및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일정 시점까지는 남성들의 이들 제도 활용을 강제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출생은 어린이와 청년층 인구 감소를 심화시킨다. 한미연에 따르면 입학생인 만 7세 아동 수는 지난해 43만명에서 10년 후인 2033년에는 22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국 학교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폐교하거나 통폐합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반면 아이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는 크게 늘고 있다. 한미연은 사교육비 양극화가 오히려 저출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초등교육은 학생 1인당 1만3278만달러를 지출한다. OECD 평균인 1만658달러를 크게 뛰어넘는다. 중등교육도 1만7038달러로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미연은 과열 입시, 과중한 사교육 부담을 없앨 과감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력 자원도 급감한다. 2038년 신규 현역 입영 대상자인 만 20세 남성은 19만명으로 20만명 선이 붕괴한다.
지역소멸 가속화…이민정책 주목
지역 소멸 시계도 빨라진다.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 중 지난해 중위연령 60세에 도달한 24개 군지역은 2040년까지 평균 26%, 2050년까지 41%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해 중위연령 55~59세에 도달한 41개 시·군지역에서는 2040년까지 평균 20%, 2050년까지 평균 33%의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결국 2047년 전국 228개 지자체는 소멸 위험지역으로 진입한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구수 3만 명 이하나 5만 명 이하의 소규모 지역에서의 인구감소는 지역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재 예측보다 더 빨리 진행된다”며 “지역별 특색있는 귀향귀촌 정책 등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연은 한국 사회가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심각성을 느낀 일부 기업은 출산장려금 지원 등을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에는 관련 법·제도 및 정책적 환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미연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에 대응할 대안 중 하나로 ‘이민정책’을 조명했다. 이혜경 배재대 명예교예교수는 “외국인을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며 “외국인가사관리사 고용, 숙련이민농 육성,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 등 사회 통합 가능성을 고려한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인구 감소로 인한 재앙은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사안”이라며 “인구회복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면 우리 사회가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