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e스포츠(젠지)가 그토록 바라던 LPL 비리비리 게이밍(BLG)과 일전을 벌인다. 승리를 위해서는 인게임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럼자오자레’와 같은 밴픽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젠지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중국 청두 파이낸셜 시티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린 ‘2024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2라운드 LPL 2시드 탑e스포츠(TES)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1~2세트 승리 뒤 3~4세트를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으나 5세트에 소중한 승리를 따내며 승자조 3라운드에 진출했다.
LCK 역사상 첫 4연속 우승을 차지한 젠지는 이번 MSI에서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지난 8일 브래킷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LEC 2시드 프나틱을 3-0으로 완파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이어 현 LoL 프로씬 최고 바텀 ‘재키러브’ 위원보와 ‘메이코’ 톈예가 버티고 있는 TES도 3-2로 제압했다.
MSI 결승에 단 한 걸음 남은 젠지는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LCK 챔피언’ 젠지의 앞은 ‘LPL 챔피언’ BLG가 막는다. 젠지는 오늘 16일 T1을 꺾고 올라온 ‘천적’ BLG를 상대로 결승 티켓을 노린다.
젠지와 BLG는 깊은 악연이 있다. 젠지는 지난해 LCK 스프링을 우승하고 MSI로 향했다. 당시 2022 LoL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 내전으로 치러지는 등 LCK의 기세는 여느 때보다 당당했다. 젠지 역시 ‘우승 후보’ 1순위로 여겨졌다. 반면 BLG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승권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붙자,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패자조 3라운드에서 젠지를 만난 BLG는 예상과 달리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며 3-0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대회 최대 이변이자, 젠지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BLG 악몽’은 이어졌다. 지난 MSI 대회와 마찬가지로 젠지는 우승 후보였다. 예선을 3승0패로 가볍게 통과한 젠지는 1시드로 8강에 진출했다. 3승2패를 기록한 BLG는 4시드로 간신히 8강에 올랐다. 그렇게 만난 두 팀. 젠지가 지난 MSI 패배를 당했음에도 공식 중계진 11명은 모두 젠지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만큼 젠지가 압도적인 ‘탑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BLG 승리였다. ‘LCK 최강’ 젠지는 BLG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졌다.
결과보다 충격적인 건 밴픽이었다. 젠지는 당시 1티어 챔피언 럼블⋅자르반⋅오리아나⋅자야⋅레나타 글라스크를 BLG에 내줬다. 5개 챔피언을 픽하고 밴 카드 5장이 주어지는 밴픽에서 1티어 챔피언을 상대에게 모두 헌납한다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다. 그만큼 젠지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셈이다. 이 밴픽은 챔피언의 앞 글자를 따서 ‘럼자오자레’라는 오명으로 남았다.
젠지는 이번 MSI 결승 진출 길목에서 BLG를 다시금 만났다. 이번에도 밴픽이 가장 중요할 전망이다. BLG는 T1전에서 날카로운 밴픽을 구사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파격적인 ‘미드 5밴’ 전략을 선보였다. 이상혁이 막히자 T1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BLG에 무릎을 꿇었다.
반면 젠지는 지난 TES전 밴픽 과정 때 어려움을 겪었다. 1~2세트를 ‘체급’으로 누르고도 3~4세트 변칙적인 상대 밴픽에 휘말려 패했다. ‘헬퍼’ 권영재 코치는 경기 후 쿠키뉴스에 “예상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 번씩 흐름이 꺾인 부분을 바로 잡지 못해서 시간이 끌렸다”면서 “상대가 예상보다 더 밸류 위주의 밴픽을 구사했다. 거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5꽉’까지 갔다”고 말했다.
매서운 밴픽 전략을 보인 BLG를 만나기 전, 피드백이 된 점은 젠지에 호재다. 복수하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젠지가 지난해 MSI⋅롤드컵 참패를 딛고 BLG에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