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이 전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한 뒤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일부 범죄 사실에 있어 공모·지시 여부에 대한 증거 관계와 이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주장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 개시·진행 경과, 다른 핵심 관련자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 이 전 회장의 사회적 유대관계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10월 만기 출소한 지 2년 7개월 만에 재수감될 기로에 놓였던 이 전 회장은 구속 위기를 면하게 됐다.
이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직원들의 계좌로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뒤 이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태광CC가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와 계열사 법인카드 약 80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11년 이 전 회장은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3000여 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이후 건강상 이유 등으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다 2018년 말 보석 취소로 재구속됐고, 이듬해 징역 3년형을 확정 받았다.
2021년 만기출소한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됐지만,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다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태광그룹 측은 이날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이 전 회장의 혐의가 사실은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태광 측의 외부 감사를 맡은 법무법인에 의해 비리 정황이 포착돼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