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배출 연기 ‘초유의 사태’…병원·환자도 전공의도 피해 

전문의 배출 연기 ‘초유의 사태’…병원·환자도 전공의도 피해 

기사승인 2024-05-21 06:05:01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등진지 세 달째, 당장 내년에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3개월의 수련공백이 생기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지연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전문의 배출이 늦어지면 환자와 병원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공의들 역시 실익 없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20일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7813명으로, 약 63.1% 규모다.

2월20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이 5월20일 복귀하지 않았다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가 제한된다. 내년 전문의 시험을 목전에 둔 4년차 전공의 뿐 아니라 1~3년차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은 전공의가 3개월 넘게 결근하면 다음해 전문의 면허 취득이 불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해 당장 복귀해야 한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즉시 복귀해야 한다”며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하지 못할 때엔 추가 수련 기간에서 1개월을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근무지 이탈은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전체 전공의(1만3000여명)의 약 21%가 포진해 있는 ‘빅5 병원’의 전공의(2745명) 행방도 여전히 묘연하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20일 쿠키뉴스에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미미하다”라며 “교육수련부에 문의가 조금 있다고는 하는데, 그마저도 한 자릿수”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고만 답했다.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유급하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공급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는다. 군의관·공중보건의 배출도 늦어질 수 있다. 박 차관은 “전체적인 인력 양성 체계에 악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군의관·공중보건의 모집의 경우 군대에 갈 때 자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 숫자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숫자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공백 장기화로 수련병원 적자 폭과 환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을 빨리 하는 병원일수록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술 연기와 취소 등으로 인해 환자들이 애먹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개인이 입을 피해도 적지 않다. 서울고등법원이 ‘2000명 증원 취소 소송’에 대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만큼, 전공의 집단행동의 명분과 실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막을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며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전공의 개인들이다. 이제는 전공의들이 제대로 판단을 내리고 돌아와야 한다”고 짚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기 위해선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의 시험은 매년 1월 시행되는데, 이를 한 번 더 실시해 유급기간을 6개월로 줄이자는 제안이다. 박은철 교수는 “1년 유급이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방법이 없다”며 “전문의 자격 취득시험을 총 2번 실시해 6개월만 유급시킨다면 50% 정도는 복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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