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47조원 중 절반은 저출산 ‘무관’…휴대폰 중독예방도 포함

예산 47조원 중 절반은 저출산 ‘무관’…휴대폰 중독예방도 포함

기사승인 2024-06-11 16:11:43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집행된 저출산 대응 예산 중 절반 이상은 저출산과 크게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47조원 중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사업이나 주거 지원 같은 정책 대상과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저출산 예산 재구조화’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응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으로, 해당 예산에 착시 효과가 존재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KDI가 자체 계량분석을 통해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사업을 재구조화한 결과, 전체 예산 47조원(142개 과제) 중 저출산 대응 핵심직결과제는 23조5000억원(84개 과제)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저출산 예산 대부분은 ‘양육 지원’에 집중되고 있었다. 양육 분야에 쓰이는 예산은 20조5000억원으로, 총 예산의 87%에 달했다. 

반대로 저출산 대응에 효과가 크고 정책수요자의 요구가 높은 ‘일·가정 양립 지원’ 예산은 2조원(8.5%)에 불과했다. 지난해 저고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저출산 해결방안으로 일·육아병행 제도 확대(25.3%)가 꼽혔다.

특히 국제비교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족 지출에는 포함되지 않는 주거 지원 예산으로 21조4000억원이 투입되고 있었다. 이는 전체 예산의 45.4%에 달하는 수준이다. OECD 가족 지출은 공공사회지출 9개 영역 중 ‘가족’에 해당하는 지출로, 주거 지원 예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사업’ 등과 같이 사업의 정책 대상과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사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KDI는 짚었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경제 규모와 초저출산의 시급성, 예산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저출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인식되는 일·가정 양립 지원에 보다 많은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도 “정책 설계·집행 과정에서 정책 수요자 관점을 반영하고, 만족도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정책에 적용하는 정책 환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철희 서울대 인구클러스터장은 “예산 재구조화를 하면서도 미혼자나 자영업자 등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저출산 정책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온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구조화 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 대응과 직결되는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심층적인 사업 평가를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 역시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그간의 정부 재정 투입이 과연 충분하고 효율적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정책 우선순위와 성과에 따른 예산 재분배가 필요하다”며 “(정책) 우선 분야에 범국가적으로 재원을 재분배하면서 필요한 제도 개선과 함께 아이를 돌보는 사회 인식과 문화의 변화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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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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