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전국 최초 일과 돌봄 양립 가능한 ‘일자리편의점’ 운영

경북도, 전국 최초 일과 돌봄 양립 가능한 ‘일자리편의점’ 운영

임신, 출산으로 경력을 포기하지 않도록 단기 일자리 주선
일본 출산율 1위 오카야마현 나기초 일자리편의점 벤치마킹

기사승인 2024-06-16 10:04:06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가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편의점’을 운영한다. 경북도 제공.

#구미에 사는 A씨는 첫째를 출산한 후 일을 쉬고 있다. 육아휴직 제도가 유명무실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더는 일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주민센터의 육아휴직자 대체인력으로 근무하면서 재취업에 도전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첫째와 둘째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 B씨도 출산한 후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 신세가 됐다.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경력 단절이 길어지며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식품 회사에서 식품 홍보 및 테스트 업무를 보며 재취업의 기회를 잡았다.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워킹맘 C씨도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직장을 그만뒀다. C씨는 대신에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C씨는 최근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복지센터에서 직업상담 및 사회복지 안내 업무를 맡으며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경북도가 온종일 완전 돌봄 정착과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전격 도입한 ‘일자리편의점’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다. 

16일 경북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 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여성 고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134만 9000명으로 경제적 손실은 연간 44조원에 이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일자리편의점’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일자리편의점’은 말 그대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듯 간단하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일본 지자체 중 출산율 1위인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일자리편의점’을 벤치마킹한 사업이다. 

나기초의 일자리편의점은 공공기관, 기업, 농가로부터 의뢰받은 일자리를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려는 주민과 연결하는 매칭 방식으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는 업무용 우편에 주소를 붙이는 간단한 사무업무나 농사일 돕는 일이 대부분이다.  

근무 시간은 2~3시간, 길면 반나절 정도로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계층은 아이를 키우면서 용돈을 벌려는 30~40대 젊은 주부가 주류를 이룬다. 

그 결과 나기초의 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 출산율 1.36명의 2배를 넘은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도입한 경북도의 일자리편의점은 일과 돌봄 병행을 희망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공공 및 기업 등에서 최소 1일에서 최대 3개월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한다.

일자리는 우편물 작업부터 민원 안내, 행정사무, 매장관리, 직업상담, 사회복지 분야 등 출산,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 및 소규모 사업장 단기인력 지원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

일자리 모집과 연결은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신청과 일자리편의점 현장 접수를 통한 오프라인 신청으로 진행한다.

경북도는 오는 17일 구미지점(1호)을 시작으로 도내 22개 시군으로 확산할 예정이며, 사업비는 기존 3대 7이 아닌 5대 5로 편성해 시군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특히 일자리편의점을 돌봄센터나 여성일자리센터 등에 조성해 부모가 일하는 동안 자녀는 24시 어린이집이나 돌봄 센터 등에 잠깐 맡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철우 지사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경력의 연속성 보장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을 포기하는 사회가 아니라 아이 낳고 키우는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본인 경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연초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만남 주선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ㆍ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비, 지방비, 기금조성 등 총 1조 2000억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계획하는 등 저출생과의 전쟁 승리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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