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에서 또다시 심각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건에 교육 현장에선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최근 전주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막으려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팔뚝을 물고 침을 뱉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학생은 결국 학교를 무단이탈했고, 이후 학생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담임교사를 폭행했다.
학생은 다른 학교에서도 수차례 폭력적인 성향으로 강제 전학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어머니가 학생을 방임하는 등 아동학대를 저지르고 있다는 신고가 교육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학생이 치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초등학교 교사를 되레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전주교육지원청은 학생의 어머니를 ‘교육적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아동학대 판결이 나면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학생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
다른 학부모들은 학습권이 침해되고 아이들이 불안해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조치를 촉구하는 서명도 받고 있다. 교육 당국이 해당 학생의 치유와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학생들 다툼 문제로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 오다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대 교사 사건이나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교권 추락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이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 보호 4법'이 입법화됐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의 개정안으로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교장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축소·은폐할 수 없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도 포함됐으며 학생 보호자가 교직원이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진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서울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 법안이 강화됐지만 이번 전주 초교 사건처럼 현장 교사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 교권을 침해당했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총 476건 이른다. 모욕·명예훼손이 254건(53.3%)으로 가장 많았으며,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63건(13.2%), 상해 및 폭행 46건(9.6%),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 간섭하는 행위가 26건(5.4%) 등이다.
또 교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교사의 56.9%가 학생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으며, 53.7%는 학생의 보호자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현직 교사 10명 중 8명이(19.7%) "다시 태어나면 교사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었으며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는 21.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얼마 전 현장 교사들이 학생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행정업무를 과감하게 줄이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교무학사를 지원하는 교사를 학교 정원 외로 추가 배치해 학적이나 생활기록부, 보결수업 관리 등 교무학사업무를 지원하고 9월부터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인 전북학급업무 플랫폼을 제공해서 학교 업무를 자동화하며 '공문서 총량제'를 시행해 2023년 기준 10%가량의 공문서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육활동 보호 정책과 교권 침해 대응을 총괄하기 위해 본청에 '교육활동 보호팀'을 신설하고 교육지원청의 '학교통합지원센터'가 학교폭력 등 생활교육 지원 업무와 함께 교육활동 보호 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또 각 교육지원청에 있는 '아동학대·교육활동 보호 신속 대응팀'(SEM 119)에 변호사를 1명씩 추가 배치했다.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은 최근 한 특강에서 학생 중심의 미래교육을 이끌어 가기 위한 2가지 기본방향으로 ‘실력’과 ‘바른 인성’을 강조하고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업 중심 학교문화를 조성하고 학력 신장과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 AI기반 미래교실 구축과 디지털 수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교육 현장 정상화 방안이 안착하기까지는 정치권과 교육 당국은 물론 교육 주체들이 모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몰리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는 '교실 붕괴'로 이어지고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한다.
교사가 오롯이 수업과 교육활동에만 전념하는 것이 수업의 질을 높이며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고 전북 교육력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