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판 기업들, 위기에도 거뜬”…유통 명맥 잇는다 [식음료 백년대계②]

“한 우물 판 기업들, 위기에도 거뜬”…유통 명맥 잇는다 [식음료 백년대계②]

삼양식품, 적자에도 정진…‘세계화’ 성공한 불닭볶음면
대상, 주변 만류에도 ‘청정원’ 시작…“미래 바라본 결과”
농심, 변화가능성 인정하고 새 시장 개척…‘신라면’신화

기사승인 2024-07-29 11:00:04
편집자주
한국 산업의 생산성은 마이너스 대 진입 초읽기 중. 경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비전은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고령화와 근로 방식 변화로 흔들리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결돼야 할 것들을 고민해 봤습니다.


연합뉴스

기업이 창업부터 이어온 ‘정도(正道)’ 경영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입지를 올리는 동시에 위기를 지탱하는 초석이 됐다. 시간이 흘러도 바라지 않는 경영 이념은 내실을 다져 기업의 정통성을 확보했다. 또 정직한 제품 생산의 비결이 됐다. 꾸준히 지켜온 유통 기업의 경영 모토는 갖은 위기에도 브랜드 가치 제고와 일등 제품 생산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삼양식품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은 식품으로 인간 백세시대를 열겠다며 ‘식족평천(食足平天)’에 근간을 둔 ‘정직과 신용’의 창업정신으로 삼양식품의 밑바탕을 다졌다. 이런 정신을 이어온 결과 위기에서도 보란 듯 일어날 수 있었다.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을 만든 삼양식품은 지난 2015년 경쟁업체들에 라면시장 점유율을 뺏겨 적자를 기록하며 과거 영광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불닭볶음면 이후 흥행상품이 없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나아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불닭볶음면’은 한국을 넘어 강렬한 맛으로 전세계 소비자를 연결시키며 매출 1조 시대를 열었다. ‘맛있는 매운맛 만들기’란 모순적일 수 있는 미션 도전에 성공한 셈이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1929억원, 영업이익은 1475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1%, 63% 올랐다. 정직하게 나아가며 품질로 개척한 결과 현재 ‘라면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의 식문화를 지구촌 식탁에 전파하는 K컬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창립 68주년을 맞은 대상은 순수 국내자본과 세계 일류의 발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 종합식품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상은 임직원의 생각과 태도 및 모든 경영 활동 속에 자리한 가치 ‘미래존중’을 이어오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대상은 ‘미원’ 개발 이후 조미료의 역사를 새로 쓰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화학조미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해가 퍼지며 미원과 함께 대상그룹은 난제에 맞서기도 했다.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었지만 대상은 주변의 반대에도 미원에 이어 깨끗한 자연으로 건강한 식탁을 제시한다는 식품 통합 브랜드 ‘청정원’을 론칭했다. 이 생각은 2000년대 초 ‘웰빙’ 트렌드부터 현재 ‘헬시플레저’ 열풍까지 맞물리며 대상그룹 식품 부문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동시에 지난달 기준 장류 브랜드 관심도 1위에 오르는 원동력이 됐다. 미래를 내다본 판단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창업정신과 연결돼 있다.

국민 식생활 향상에 기여한 농심은 시장의 한계에도 국민 기업으로 우뚝 섰다. 농심은 ‘값이 싸면서 맛있고 영양가도 충분한 대용식’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매진해 1980년대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라면 시장의 성장은 한계에 이른 듯했다. 매년 이어오던 큰 폭의 소비 증가 행진이 급격하게 멈춘 것이다. 농심은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며 변화 가능성을 예측해서 대응한다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모색했다. 이에 라면의 맛, 특히 국물 맛을 혁신한다면 소비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곧바로 당시 최신 스프 생산설비를 갖춘 ‘안성스프전문공장’을 설립한 이후 안성탕면을 비롯해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짜파게티 등 히트작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1971년 처음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 문을 두드린 농심은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호주, 베트남, 캐나다 등 세계 6개 나라에 생산, 판매법인과 영업지점을 구축하고 세계인에게 한국의 맛을 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의 매운 맛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철학의 결과 농심의 대표 라면인 ‘신라면’은 미국 3대 일간지인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다수의 미디어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히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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