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사모펀드 규제 강화 시급”

‘지지부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사모펀드 규제 강화 시급”

“MBK 인수 전후 매출액 줄어들고 총부가가치 감소해”
“사모펀드 규제에 ‘노동자 보호’ 우선...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위탁운용사 사전 검증…걸러내는 장치 마련돼야”

기사승인 2024-07-26 06:00:04
마트노조가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사모펀드 MBK의 홈플러스 밀실 분할매각 비판 지속 가능한 대안 모색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한나 기자

사모펀드 대주주인 MBK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을 진행하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MBK에 대한 조사와 사모펀드를 규제할 만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트노동조합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사모펀드 MBK의 홈플러스 밀실 분할매각 비판 지속 가능한 대안 모색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과 마트노조가 공동 주관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사모펀드의 또다른 이름은 기업사냥꾼"이라며 "사모펀드에 의한 피해사례는 차고 넘친다. 노동자의 삶보다 자본의 논리가 극단적으로 작동하는 현장이 바로 사모펀드에 의한 기업매각”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홈플러스는 MBK에 매각된 이후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 10년을 채워가고 있다”며 “그 시한폭탄의 초시계가 마지막 바퀴를 돌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장석우 변호사는 홈플러스 회계분석을 통한 경영 활동을 다뤘다. MBK 인수 전후에 대한 부가가치와 자본 구조,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 변호사는 “MBK 인수 전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출액 감소와 총부가가치 감소”라면서 “인수 후 비교 대상 기간 매출액은 9조2000억원, 총부가가치는 1조8000억원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체 보유 점포와 투자는 점점 줄고 있고, 임대점포의 경우 MBK 인수전부터 증가하다 최근 정체상태”라며 “인원은 감소하고 있지만 총 인건비 지출은 증가하며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MBK가 인수 당시 생긴 차입금을 갚기 위해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SSM 부문을 분할 매각한다면 대형마트 등 나머지 부문의 영업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은 “많은 사모펀드들이 국내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사모펀드의 수익구조와 폐해를 살펴보고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사모펀드를 규제하기 위해선 ‘노동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며 단기 과제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시했다. 현재 자기자본 대비 4배의 부채를 인정하고 이를 2배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또 매각 시 펀드 운용자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 인수기업과의 이해가 상충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보호조치, 노동자들과의 소통방법 등을 사전에 통지하도록 하는 의무가 신설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고 노동자를 보호해 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을 강제하고,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금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사의 신인의무 대상 확장과 지배주주 책임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이 2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 MBK의 홈플러스 밀실 분할매각 비판 지속 가능한 대안 모색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한나 기자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MBK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쪼개기 매각을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익스프레스에 대한 유통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MBK 또한 투자만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분할매각을 시작했다”면서 “국내에는 대형마트가 포화 상태이고, 그 큰 금액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할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MBK가 9년 동안 부동산을 매각해 전국 점포 중 약 70%가 임대 매장”이라며 “임대 매장이면서 영업실적이 낮은 점포의 경우 자연스럽게 재임대를 포기하고 폐점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피인수기업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성장보다는 과도한 비용 감축과 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기업가치 뻥튀기를 하고 있다”면서 “로열티 지급 및 배당 확대, 먹튀 매각을 통한 단기시세 차익 실현으로 기업을 황폐화시키고 노동자와 관련 점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자금조달에 대한 공시의무 부여와 제한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운용사를 사전에 검증하고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혁 노동연구원 원장과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 손세호 락앤락노조 지회장, 정종열 전국가맹점주 협의회 자문위원장 등이 참석해 사모펀드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논의했다.

앞서 MBK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내년이면 인수 10년차가 된다. MBK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점포를 매각해 현재 약 20여개의 점포를 매각했고, 11개 매장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익스프레스 매장 분할 매각을 발표한 바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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