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아파트에서는 전기차를 90% 이상 충전했을 경우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발생으로 시민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도한 충전’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충전율 90% 이하 전기차만 지하주차장에 출입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여장권 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니 완벽히 해법이 제시된 게 아직 없더라”며 “시민 불안을 완화하고 이 문제에 도움이 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속히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가 상당수 지하 주차장에 마련돼 있다. 충전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3100단지 중 지하주차장에 충전기가 설치된 공동주택은 2721단지(87%)다. 또한 공동주택에 설치된 충전기 수는 3만9243기로, 이 중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 수는 3만5858기(91%)에 달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적으로 전기차 화재 건수는 187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는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과충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전기차 화재 특성상 정확한 원인 파악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에 따르면 완충에 가까운 과도한 충전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충전율 제한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 산업계 등에서 일부 논란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화재 예방 및 내구성능·안전 증가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시는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기차 제조사와 지속적 협의를 통해 안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율 제한 방법은 전치가 제조사의 △내구성능·안전 마진 설정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 설정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내구성능·안전 마진은 전기차 제조사에서 출고 때부터 배터리 내구성능 향상 등을 위해 충전 일부 구간(3∼5%)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구간을 말한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하면 실제로는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할 수 있지만 차량 계기판에는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가 직접 차량 내부의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90%·80% 등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구조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한 전기차에 소유자가 목표 충전율을 80%로 설정하면 실제론 배터리의 72%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가 언제든 설정을 바꿀 수 있지만 자율적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다. 90% 충전 제한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시는 전기차 소유주가 요청할 경우, 제조사는 현재 3~5% 수준으로 설정된 전기차의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상향 설정하도록 하고, 제조사에서 90% 충전 제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충전 제한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다음 달부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내 시 운영 급속충전기를 대상으로 충전율을 80%로 제한하고 향후 민간사업자 급속충전기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시는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불시 기동 단속 및 화재안전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소방재난본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서울시내 공동주택 약 400곳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와 개선사항 등을 9월 말까지 긴급 점검할 계획이다. 오는 10월까지 ‘서울시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을 통해 향후 신축시설에는 전기차로 인한 대형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안전시설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시스템 구축·개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