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남부지역의 풍수해보험 가입률이 천차만별이다. 호우 피해가 잦은 지역이지만 가입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있었다.
24일 풍수해보험관리지도 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주택풍수해보험 가입률은 대상가구의 9.9%에 그쳤다.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4.9%) △대전(5.8%) △충북(9.9%) △강원(17.2%) 순으로 가입률이 낮았다. 가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북(59.0%) △충남(48.8%) △전남(46.4%) △광주(40.9%) 등이었다. 부산(38.8%), 경남(36.2%)은 전국 평균 가입률(33.4%)을 웃돌았고, 경기(30.4%), 경북(28.1%)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충북(가입률 9.9%) △강원(17.2%) △경기(30.4%) △전남(46.4%) 등은 이 가운데에서도 호우 피해가 큰 지역이다. 국민안전재난포털이 집계한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호우 피해액 통계를 보면 9년간 발생한 피해액은 당시 금액으로 1조 8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충북의 피해액이 3000억원을 넘겨 전체의 17.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은 경기 2900여억원(16.5%), 전남 2500여억원(14.2%), 강원 1850여억원(10.4%)이었다. 네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액이 전체의 60%에 가까운 셈이다.
주택·온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주택풍수해보험)은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 최소 55%를 대신 내주는 정책보험이다. 24평 주택 기준 자기부담 보험료는 1만원선이다. 2만4000원 가량을 국가가 대신 지불한다. 보험에 가입하면 태풍‧호우‧홍수‧강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주택이나 건물이 입은 손해를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 없이도 자연재해로 주택이 망가지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으로 피해를 모두 보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발간된 ‘2024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편람’을 보면 침수 주택 정부 지원금은 300만원이다. 풍수해보험은 침수주택을 면적별로 보상한다. 15평 이하인 경우 400만원, 30평인 경우에는 620만원을 받는 식이다.
주택이 침수되면 토사물을 제거하고 망가진 물건을 철거한 뒤 집을 말려야 한다. 경남 김해시 한 청소업체에 따르면 이 과정에만 30평 기준 최소 50만원이 들어간다. 이후 장판과 벽지를 교체하는 작업에도 200만원 이상이 든다. 정부 지원금 300만원으로는 수리를 마치고 망가진 살림살이를 구매할 수 없다. 이 상황을 해결할 대안으로 풍수해보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낮은 가입률을 두고 적은 금액이지만 시민들이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도 크다. 경남도 관계자는 23일 “일반적인 경우 자기부담이 20% 정도 들어가다 보니 그런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도 “보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면서 “취약계층 등에는 제3자 기부 형태로 전액 지원하고 있지만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나중에 뭘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절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턱대고 가입률을 높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가입률이 높다는 건 정부 재정 규모도 굉장히 많이 커지는 것”이라며 “의무보험처럼 모두를 가입하도록 하려면 보험료로 쓰이는 정부 재정이 급격하게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주택을 보험으로 보장하기보다는 취약한 지역이나 침수 경험 지역 위주로 가입을 유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행안부는 풍수해보험 예산으로 363억 7100만원을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풍수해보험 확대 필요성을 이미 강조해온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진은 수해 예방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반복되는 수해 피해와 주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독일 등 해외 주요국도 이상 기후로 수해 피해가 커지자 풍수해보험을 의무화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