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안전보험 용역업체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올라온 나라장터 용역모집공고를 일일이 집계한 결과 시민안전보험 용역업체를 모집한 29개 시군구청이 입찰자를 확정하기까지는 평균 14일이 걸렸다. 보통 일주일 전후로 입찰이 완료되는 기술용역 등 타 공고의 2배다.
시민안전보험이란 재난이나 사고로 시‧도민이 사망하거나 장해가 남을 만큼 다쳤을 때에 대비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보험사나 공제사와 가입해 계약한 보험을 말한다. 지자체가 보험에 가입하면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시‧도민은 별도 절차 없이 일괄 가입된다.
29개 시군구청 중 14곳은 2개 이상 업체가 지원하기를 기다리다 공고 개시 평균 19일 뒤에야 개찰을 진행했다. 2개 이상의 업체가 공개모집에 지원해야 둘을 견주는 개찰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5곳은 1개 업체만 지원해 평균 10일을 기다리고 임의로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29곳 모두 처음 공고한 예산액은 그대로였다.
여러 지자체에 따르면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기다리다가 수의계약을 맺는 상황은 이미 흔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독 응찰이 들어오면 보통 수의계약을 하지만, 안전하게 진행하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공고를 해서 다른 업체를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결국 한 업체만 들어오다 보니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패턴”이라고 말했다.
집계 결과 충청남도 아산, 강원도 원주, 동해 등 15개 지자체도 지난 3월 이후 용역업체를 찾는 공고를 올렸지만 2개 업체 이상의 입찰을 받지 못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26조는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지난 7월 29일 나라장터에 시민안전보험 용역 사업자를 찾는 공고를 게시했다. 7억2000만원 예산으로 시민안전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입찰 보험사가 1곳뿐이라 공개모집이 유찰됐다. 한 달 만인 8월 26일에야 2개 이상 업체가 입찰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1년 단위인 시민안전보험의 지난해 보장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최악의 경우 시민안전보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입찰 기간이 길어지면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시민안전보험 사이에 보장되지 않는 시기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지난 2021년에는 경기도 화성시가 입찰 업체를 찾지 못해 3개월간 시민안전보험을 운영하지 못했다.
민간 보험사가 입찰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이 안 되면 들어오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사는 시민안전보험에 투찰해 계약을 따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전국 예산만 200억원이 넘는 큰 사업이다 보니 보험사가 선호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입찰 관건은 보험 보장 범위다. 각 지자체의 시민안전보험은 보장 범위가 제각기 다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해 의료비가 들어간 상품은 손해율이 높다”며 “상해나 사망만 있는 경우는 손해율이 적은 등 조건에 따라 손해율이 들쑥날쑥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여러 번 유찰이 됐다면 조건이 까다롭거나 (조건 대비) 배정된 예산이 적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 계약이 만료되는 지자체는 다음 계약을 그 안에 맺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기존 보험 계약 만료를 앞둔 전라남도 영암군(14일 만료)과 경기도 포천시(26일 만료)는 용역입찰공고를 올렸다. 다음달 2일까지 입찰을 받았지만 단독입찰로 유찰됐다. 영암군은 같은날 바로 재입찰을 열고 단독입찰 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했지만 포천시는 아직 재입찰 공고를 올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