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지난해 작고한 배우 이선균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개막식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여한 데 이어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기획해 ‘파주’(2009), ‘우리 선희’(2013), ‘끝까지 간다’(2014), ‘기생충’(2019),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등 대표작과 유작 ‘행복의 나라’(2024)을 상영한다. 일부 작품은 스페셜 토크 자리를 마련해 그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4일 부산 우동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나의 아저씨’ 스페셜 토크에는 작품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동료 배우 박호산, 송새벽이 참석해 고인을 추억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 추모 행사는 이게 시작이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면서 “이선균이 왜 죽었는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행사에 앞서 관객들과 함께 ‘나의 아저씨’ 5회를 함께 관람한 박호산은 “이선균이 없다는 사실을 끝나고 나서야 새삼 알겠더라”며 먹먹해했다. 목이 멘 듯 말을 쉽사리 잇지 못하기도 했다. 송새벽 역시 “빈소도 다녀왔고 두 달 후면 벌써 1년인데도 실감이 안 난다”며 “아직도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은 이선균을 KBS 단막극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추억했다. 앞서 ‘나의 아저씨’ 연출을 맡기로 한 김원석 감독은 MBC ‘베스트극장 - 태릉선수촌’을 보고 이선균에게 대본을 제안했다. 당시 영화 두 편을 찍고 지친 상태였던 이선균은 감독 전작 ‘미생’의 팬을 자처하며 대본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감독은 이선균이 극 중 배역인 박동훈과 비슷한 듯 다르다고 하며 “평범하지만 판타지가 있는 박동훈보다 실제로 존재한 이선균이 더 좋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박호산과 송새벽은 각각 “이선균은 박동훈과 마음 쓰는 방법도 비슷하다”,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선균의 삶이 카메라 안으로 이어진다고 느꼈다”며 애틋해했다.
극 중 장면을 이야기하던 감독과 배우들은 울컥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호산은 “이선균은 쪽팔리는 걸 싫어했다”면서 “그런데 세상이 그를 쪽팔리게 만들어서…”라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은 ‘왜 쪽팔리게 이런 걸 후배에게 시키냐, 선배가 해야지’라며 솔선수범하던 친구”라고 돌아봤다. 송새벽은 “일이 이렇게 되니 극 중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라는 대사도 먹먹하게 다가온다”며 슬퍼했다.
김원석 감독은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감독은 대중을 절대적인 강자로 칭하며 관대해지길 호소했다. “범죄를 저질러도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건 범죄도 아니지 않나”고 말을 잇던 김원석 감독은 “어떤 증거도 없었으나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배우들은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 없인 생업 터전이 존재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들”이라며 “최초 기사를 내고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를 유출한 사람들을 대중의 힘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행사 말미 김원석 감독은 눈물과 함께 “내가 이선균을 안다. 그래서 이선균이 무슨 짓을 했다고 해도 난 그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박호산 역시 “우린 이선균을 믿는다. 쪽팔릴 것 없다. 괜찮다”고 했다.
한편 앞서 열린 스페셜 토크 자리에서도 동료 배우들의 그리움이 이어졌다. ‘행복의 나라’로 호흡을 맞춘 조정석은 “처음엔 정말 슬펐지만 지금은 그냥 자주 못 보는 것 같다”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과 ‘끝까지 간다’를 함께한 김성훈 감독은 “얼굴이 선한데 웃는 것도 참 예쁘다. 과하지 않게 잘생긴 배우”라며 울컥해했다. 함께 출연했던 조진웅은 “이선균을 끝까지 기억해 달라”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 2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배우 송중기와 하윤경 등이 고인 추모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