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일인자의 자리에서 너무 쉼 없이 달려왔고, 이제 육체 및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아 조절이 필요하다.”
번아웃 증세를 호소하며 한국여자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최정 9단이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출전한 적 없던 난설헌배 전국여자바둑대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 1회 대회 당시 우승 상금 1500만원 규모로 시작했던 난설헌배는 올해 상금을 대폭 올려 우승자에게 5000만원을 준다.
조선 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호(號)를 딴 ‘난설헌배 전국 여자바둑대회’가 허난설헌의 고향 강원도 강릉에서 열렸다. 4일 열린 제4회 난설헌배 전국 여자바둑대회 프로부문 본선 16강·8강에서 디펜딩챔피언 김은지 9단을 비롯해 최정 9단, 조승아 6단, 허서현 4단이 4강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우승 상금과 준우승 상금이 각각 5000만원과 2000만원으로 지난 대회보다 3000만원, 1000만원씩 증액되며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상금이 대폭 오르자 1~3회 대회 당시 연달아 불참했던 최정 9단이 처음 출사표를 던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최정 9단이 직접 참가신청을 했다”면서도 그동안 난설헌배에 출전하지 않다 이번에 갑자기 대회에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이 결정하는 부분이라 한국기원이 공식적으로 말할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회는 여자 랭킹 1위에 복귀한 최정 9단과 디펜딩챔피언 김은지 9단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김 9단은 박소율·김경은 4단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라 대회 3연패 청신호를 밝혔고, 첫 출전한 최정 9단은 김다영 5단과 최서비 1단에게 승리하며 순항했다.
효림배 우승 이후 상승세를 보이는 허서현 4단은 이슬주 3단과 오유진 9단을 꺾고 4강에 합류했고, 초대 우승자 출신인 조승아 6단은 김혜민·김채영 9단을 누르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5일에는 장소를 옮겨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에서 4강과 결승3번기 1국을 펼친다. 김은지 9단과 조승아 6단, 최정 9단과 허서현 4단이 격돌하며 상대 전적은 김은지 9단이 12승1패, 최정 9단이 8승1패로 크게 앞선다. 네 번째 대회 우승자를 가릴 결승전은 3번기로 열리며 6일 결승 2·3국을 벌인다.
한편 같은 날 강릉 아레나에서는 아마추어 500명이 참가하는 아마바둑대회가 함께 열린다. 아마바둑대회는 전국 여성 바둑 동호인 200명이 출전하는 동호인부와 강릉시민 250명이 참가하는 강릉시민부, 5개국 외국인 선수 15명이 출전하는 외국인부문 등 총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제4회 난설헌배 전국 여자바둑대회는 본선에 앞서 지난 9월 4~5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자를 가렸다. 한국기원 소속 여자기사 40명이 출전해 11명이 본선에 올랐고, 여기에 전기시드를 받은 김은지·김채영 9단, 랭킹시드 최정·오유진 9단, 후원사시드 김민서 3단이 합류해 본선 16강 토너먼트를 펼쳤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강릉시·강릉시의회·강릉시체육회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한국여성바둑연맹이 공동 주최·주관하는 제4회 난설헌배 전국 여자바둑대회의 우승 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원이다. 제한 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20초다.